[여행]제철 만난 제주 자리돔…"물회 잡수러 옵서예"

  • 입력 2000년 6월 28일 19시 18분


“바당에 강 물에 앉장 자리나 썰엉 먹겡.”(바닷가에 나가서 용천수 나오는 물가에 앉아서 자리돔이나 먹지)

자리돔이 제철을 맞은 요즘. 제주사람의 점심 식탁은 여차하면 바닷가에 차려진다. 자리물회를 먹기 위해서다. 가보니 식탁이랄 것도 없다. 시커먼 현무암돌 사이로 솟아오르는 차가운 지하용천수 주변 돌에 앉아 갓잡아 퍼덕이는 자리돔을 머리만 따낸 뒤 내장채로 채썰듯 썰어 된장 고추장 푼 ‘칭칭한’(차가운) 용천수에 무 오이채와 함께 넣고 말아서 한그릇씩 떠서 훌훌 들이켜는 게 전부다.

자리돔철은 4월15일∼7월15일. 이 석달간 제주 남쪽바다에서는 자리돔이 지천으로 잡힌다. 자리돔은 젓갈 물회 강회(된장에 찍어 먹는 회) 구이로 먹지만 역시 제맛은 물회다. 그 물회도 햇빛 쨍쨍한 점심때 먹어야 제맛. 때문에 어업인도 물회용 자리돔만큼은 점심시간에 맞춰 그물을 떠서 싱싱한 놈만 공급한다.

“오늘은 안됨쩌.”(오늘은 잘 안잡힌다)

서귀포항이 지척인 숲섬 앞바다에 그물을 던진 자리잡이어선(8t)선장 현길창씨(45)의 말. 보통때면 어군탐지기에 나타날 시간이다. 이곳 자리돔은 24m 얕은 바다의 바위지형에 정착해 살아 선장은 물밑세계를 훤히 꿰뚫어 보는 듯 했다. 오전 10시반. 선장은 그물을 거두기 시작했다. 그물코가 바둑판 모눈크기의 그물에는 길이 10∼15㎝의 살이 통통한 자리돔이 담겼다. 양은 30㎏정도. 그물은 하루 7, 8번 뜨는데 지금 뜬 것은 점심식사 때 물회용. 자리는 수족관에서 살려도 하루만 지나면 살이 빠져 맛이 없다. 그래서 오후 자리는 젓갈용이다. 가격도 오전 자리(㎏당 6000∼1만원)보다 싸 4000원선.

“지금 잡은 놈으로 물회를 말아야 제 맛이 나지요.”

선원은 모터보트에 자리를 싣고 바로 숲섬 뒤편 보목동 ‘어진이네횟집’으로 배를 달렸다. 선장 현씨의 식당이다. 자리가 도착하자 부인 이업수씨(46·여)가 장만을 시작했다. 내장채로 먹는 자리돔은 내장이 깨끗하고 향긋해야 상품. 해초류만 먹는 이곳 지귀도 주변 자리돔은 내장이 깨끗해 인기다. 보목리어촌계는 자리돔잡이로 유명하다. 현씨의 식당은 싱싱한 자리돔으로 물회를 말아 주말에는 한시간쯤 기다려야 먹을 만큼 손님이 밀린다. 서귀포시에서 택시로 10분거리. 064-732-7442

<제주서귀포〓조성하기자>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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