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전자 지도와 바이오 산업

  • 입력 2000년 6월 26일 19시 34분


인간유전자지도(게놈) 초안의 발표는 인간의 달 착륙에 버금간다는 평가도 받는다. 미국 등 18개국 연구 컨소시엄 인간게놈프로젝트(HGP)와 민간회사인 셀레라 제노믹스가 어젯밤 게놈 초안의 완성을 공동발표함으로써 인간은 새로운 차원의 ‘생명공학 혁명’에 불을 댕겼다.

유전자 지도 최종안은 2003년 발표될 예정이지만 초안은 유전자 구조의 90% 이상이 규명된 것으로서 생명의 신비를 밝혀줄 초석이 된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인체내 질병 유전자의 구조와 위치가 밝혀짐에 따라 난치병인 암 고혈압 같은 신체질환 및 치매 우울증 같은 정신적 질환의 치료도 가능해진 것이다. 질환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대체하거나 백신으로 병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유전자의 역할이 파악돼야 한다는 전제와 시기의 문제는 있지만 아무튼 질병의 치료는 물론 질병의 예측과 예방까지 가능해진 셈이다. 유전자 지도가 인류에 큰 희망을 주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유전자 정보의 해독이 긍정적 평가만 받는 것은 아니다. 유전자 정보가 잘못 이용되면 돌연변이 또는 생물학적 전염병이 생길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유전자 정보의 가공은 인체의 체질 개선 등을 포함해 인체의 개조나 맞춤형 인간의 탄생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생명 윤리 질서가 혼란스럽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인류의 번영에 전환점이 될 유전자 지도의 해독과 공개는 현실적으로도 양면성을 띠고 있다. HGP는 유전자 지도가 인류의 공동유산임을 들어 그 자체에 대한 특허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를 응용한 신약과 치료법 개발 특허는 별개로 보고 있으며, 셀레라 제노믹스도 분석 정보 등을 포함한 게놈 연구결과를 학계와 업계에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말하자면 유전자 지도가 필요한 국가에 지도의 무료 공개는 대단히 반가운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유전자 정보 처리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결국 유전자 정보를 기초로 한 생명공학 연구는 선진국의 영역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올해를 생명공학기술산업 육성의 원년으로 잡고 과학기술부 산업자원부 등 8개 부처가 공동사업을 펼치기로 했다. 대기업과 벤처기업도 생명공학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인프라와 연구인력이 크게 부족해 유전자 지도가 무상으로 공개되어도 이를 제대로 가공하고 활용할 힘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학계 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시스템으로 게놈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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