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역사적(歷史的)

  • 입력 2000년 6월 13일 19시 17분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天子의 좌우에 史官이 하나씩 侍立해 一擧手一投足(일거수일투족)을 記錄했는데 左史記事(좌사기사), 右史記言(우사기언)이라고 해 左側에 위치한 史官은 왕의 行動을 기록하고 右側 史官은 말을 기록했다. 그렇게 하여 남긴 기록이 바로 歷史다.

흔히 ‘歷史的’이라는 말을 쓴다. 후에 歷史로서 기록되어질 만한 事件이나 事物, 人物 따위 앞에 붙는데 현재 우리가 이 말을 사용할 때의 의미는 일반적, 사전적 의미를 뛰어넘어 ‘대단히 중요하다’는 의미를 띠는 경우가 많다. 반만년 悠久(유구)한 歷史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歷史에 기록된 事件, 事物, 人物이 어디 한 둘이던가.

종이가 아직 발명되지 않았을 때 중국에서는 비단과 대나무에 글을 썼다. 하지만 비단은 워낙 고가품이라 통용되지 못했고 대신 주로 사용되었던 것은 竹簡(죽간·대나무쪽)이었다. 현재 우리가 아는 冊은 바로 그 竹簡(@)을 가죽끈(-)으로 꿴 모습이며 典은 책(冊)을 책상 위에 고이 모셔놓은 ‘귀한 책’임을 뜻한다.

대나무는 쪽을 내어 사용했는데 표면이 매끄러우므로 기름을 빼야 했다. 이것을 殺靑(살청) 또는 汗靑(한청)이라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대나무 조각이 竹簡이다. 기름을 빼긴 했으나 색깔은 여전히 옅은 푸른색을 띠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冊에는 주로 국가의 重大事를 기록했는데 푸른색을 띠고 있다 하여 ‘靑史’라는 말이 나오게 되었다. 흔히 ‘靑史에 길이 남을…’이라는 말을 한다. 바로 오늘의 南北頂上會談이 아닐까.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478sw@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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