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愼言

  • 입력 2000년 5월 25일 21시 21분


숙명적인 죽음 앞에서 옛 聖哲들은 인간이 어떻게 처신해야 할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儒家의 경우 어차피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이므로 다른 방도를 찾았다. 그래서 그들은 육신과 정신을 분리해 생각했다. 즉, 몸은 죽되 마음은 영원히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不朽(불후)’인 것이다.

그 방법 중 하나가 ‘立言’이다. 훌륭한 말을 남기면 ‘죽되 죽지 않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 때문에 孔子를 필두로 다들 ‘名言’ 남기기에 온 힘을 쏟았다. 세계에서 名言名句, 故事成語가 많기로 중국을 따를 나라가 있던가?

이렇게 다들 말을 쏟아내니 문제가 많았다. 춘추시대의 百家爭鳴(백가쟁명)은 그 대표적인예다. 여기 저기서 한 ‘말씀’씩 해대니 천하가 조용하겠는가?

이제 말을 愼重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군자의 수양 조건 중 그것은 가장 중요한 덕목이었다. 이른바 ‘愼言’(신언)이다.

말을 잘못해 화를 당하는 경우를 舌禍(설화)라 하거니와 그런 예는 많았다. 史記를 써서 유명한 司馬遷(사마천)은 혀를 잘못 놀려 去勢(거세)의 치욕을 맛보아야 했다. 반면 懸河(현하·물흐르듯 거침없는 달변)를 자랑했던 蘇秦(소진) 張儀(장의)는 제후를 요리하기도 했다. 세 치에 불과한 혀지만 榮達과 亡身을 가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교훈이 아니겠는가.

요즘 일부 정치인 중에는 말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국민을 상대로 한 말을 걸핏하면 뒤집는다.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478sw@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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