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강화 석모도 "그 섬에 가고 싶다"

  • 입력 2000년 5월 3일 19시 55분


육지와 너무도 가까워 이제는 더 이상 섬이라 부르기가 민망한 강화(인천 강화군). 그래서 강화를 찾아온 사람들은 섬을 찾아 지척의 석모도로 짧은 바다여행을 떠난다. 그래봐야 불과 10분 남짓한 바닷길. 관광버스까지 실어 나르는 거대한 카페리에 얹혀 가다 보면 말이 바다여행이지 기대했던 것만큼 산뜻한 맛은 없다. 그러나 속단은 금물. 여행의 참 맛은 기대하지 않았던 것을 얻는 데 있지 않은가. 배 뒷전에 가보자. 수많은 갈매기가 배 뒷전에 따라 붙으며 새우깡을 던져주는 여행자와 수작하듯 하늘에서 새우깡을 받아 먹으며 시끄럽게 논다. 자연과 내가 하나되는 일체감에 약간은 흥분도 된다. 이것이 여행의 재미 아닐까.

‘나를 생각하거나, 나의 이름을 부르거나, 나의 몸을 보는 이는 모두 일체의 두려움을 여의게 하고 다시 그들로 하여금 영원히 퇴전치 않게 하리라’.

남방해상에 홀로 우뚝한 보타낙가산에 상주한다는 관세음보살이 영원한 구도자 선재동자에게 들려준 법문은 이랬다고 한다.(화엄경의 ‘입법계품’중). 관세음(觀世音)이란 바로 ‘세간의 온갖 고통스러운 소리를 보고 듣는다’는 뜻 아닌가. 이를 행하는 관세음보살은 큰 반야와 자비의 실천자, 괴로운 세계의 구세주며 또 극락세계의 안내자요 세상의 모든 갈등과 반목을 너그럽게 포용하는 자이고 중생의 괴로움을 함께하기 위해 부처의 자리까지 버린 영원한 보살이다.

석모도 뱃길에서 관세음보살의 보살행을 이야기하는 것은 석모도 낙가산의 보문사(대한불교 조계종)가 한국 불교 관음사상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남해 금산사 보리암, 양양 낙산사 홍련암과 더불어 한국의 3대 관음기도처인 보문사. 아마도 석모도행 여행자의 9할 이상은 낙가산 중턱 보문사 눈썹바위의 암벽에 마애좌불로 나투신 관세음보살상에게 기도를 올리러 가는 사람들일 것이다.

사실 이 마애관세음보살좌상이 낙가산 중턱에 새겨진 것은 근래의 일(1928년)이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일은 인연없이 이뤄지지 않는 법. 고려시대 대몽항쟁시 팔만대장경을 만들어 불법으로 나라를 구하자는 기운이 일었던 곳이 여기 강화땅이고 보면 이곳이 관음기도처로 자리잡게 된 이유가 자명해진다.

올 ‘부처님 오신 날’에는 강화를 찾아 보자. 불법(부처님 말씀)에 기대어 오직 투철한 믿음 하나만으로 ‘팔만대장경’을 판각한 역사의 고장 강화도 둘러 보고 또 석모도 낙가산의 마애관세음보살도 만나보자. 세상사 걱정을 모두 들어주시는 분이니까. “나무관세음보살”.

▼여행메모

△석모도〓강화군 외포리선착장에서 수시(오전7시반∼오후8시반)로 카페리가 오간다. 그러나 오후5시 이후 석모도→외포리행 선편은 뭍으로 나가려는 차량이 몰려 복잡. 요금(왕복)은 승객 1200원, 승용차 1만4000원. 행주대교 남단∼외포리 선착장 거리는 46.5㎞ △보문사(삼산면 매음리)〓천연동굴안에 있는 석실사원 ‘나한전’이 있다. 그 안에 모셔진 석가모니 미륵불 등 22체의 나한상에는 신라때 한 어부의 그물에 걸린 돌이 석불로 변한 것이라는 전설이 내려온다. 그 앞의 향나무와 느티나무 두 그루도 명물 △마애관세음보살좌상〓대웅전 오른편 뒤로 난 418계단을 오르면 그 끝의 눈썹바위에 새겨져 있다. 해질녘에 오르면 눈앞에 펼쳐지는 서해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낙조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민머루통나무집·유천산장(032-932-9410)〓개펄앞에 자그마한 모래해변이 있는 풍치 좋은 바닷가에 있는 장구너머마을 언덕 위에 있다. 회식당 겸 콘도형민박집. 2층 식당에 앉으면 통유리창을 통해 개펄과 바다가 한눈에 조망된다. 우럭 주꾸미 바닷가재 등 다양한 해산물이 있는데 요즘은 신선한 밴댕이회가 인기. 20마리 한접시(2인용)에 1만5000원. 낚싯배도 소개해준다. 석포리 선착장에서 왼쪽 길로 접어들어 달리다가 이정표를 보고 삼량염전쪽으로 좌회전해 들어간다. 염전구경도 아이들에게는 좋은 공부가 된다.

▼정보구하기

삼보해운(외포리↔석모도 카페리)의 홈페이지(www.kangwha-sambo.co.kr). 선박운행시간표 강화여행숙박정보 등 다양한 여행정보가 있다.

▼답사여행

우리섬여행클럽(02-733-5093)은 5일과 매주 일요일(7,14,21,28일)에 석모도 답사여행(당일)을 떠난다. 코스는 강화역사관∼갑곶돈대∼석모도∼보문사. 어른 3만5000원, 어린이 2만9000원.

<강화석모도〓조성하기자>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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