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외국인 주식투자자금 환율 '쥐락펴락'

  • 입력 2000년 5월 2일 19시 19분


올해들어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유출입이 원 달러 환율 변동에 미치는 영향이 급격하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국인 주식투자자금과 함께 환율변동의 양축인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최근 급감하면서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환율을 좌지우지하는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어 이에따라 외환당국의 환율정책에 대한 입지가 크게 좁아질 전망이다.

금융연구원은 2일 ‘외국인 주식투자의 환율변동 효과’라는 보고서를 통해 올들어 원 달러 환율의 변동중 약 20.3%가 외국인 주식투자와 관련된 정보에 의해 영향을 받았으며 외국인주식자금 유입 이후 향후 10일간의 환율 변동률에 대해서는 평균 48.8%의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99년의 경우 특정일의 원 달러환율 변동 중에서 약 3.4%만이 외국인 주식투자와 관련된 정보에 의해 설명할 수 있었으나 올해 들어서는 6배 이상 급증한 것.

이는 지난 3월말 현재 외국인이 금액기준으로 상장 주식의 27.0%를 보유하고 있는데다가 1월말 현재 외국인 주식자금 유출입규모가 약 105억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약 209%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는 대부분의 외국인 주식투자가 이미 국내에 진입한 투자자금에 의해 이뤄져 환율의 단기변동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던 반면 올 들어서는 외환시장을 경유하여 새로이 국내로 유입되거나 유출되는 외국인주식투자자금의 규모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 외환딜러는 “외국계 은행이 국내은행보다 외환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동향에 훨씬 앞서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와함께 99년말 현재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들의 주요 자산구성에서 주식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43%, 25%, 36%로 채권투자비중을 상회하고 있어 주식투자자금의 환율변동의 영향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이 금융연구원의 분석.

금융연구원의 박해식(朴海植)부연구위원은 “문제는 외국인주식투자가 단기투자의 형태로 이뤄질 경우 단기간의 급격한 환율변동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며 “따라서 외환당국도 시장개입보다 단기성 투자자금의 유입을 억제하는 쪽에 신경을 써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3∼4월 3억달러 정도로 달러유입규모가 줄어들면서 달러 공급이 주로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다소 우려할만한 대목.한은 관계자는 “개방경제가 될수록 외환정책당국의 시장개입으로 환율을 잡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안전장치를 통해 주식자금의 급격한 유출입을 막는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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