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리포트]'될성부른 떡잎' 경영-기술 집중지원

  • 입력 2000년 4월 30일 19시 37분


최근 실리콘밸리에는 비즈니스인큐베이터(BI) 붐이 일고 있다. BI는 80년대 미국에서 본격화하기 시작해 현재 미국 전역에 600여개나 될 정도로 늘었다. 우리나라에도 200여개의 BI가 설립됐다.

전통적인 BI는 첨단기술 개발과 투자수익 창출보다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에 역점을 뒀다. 주 정부나 대학 등 공공기관이 중소기업 지원 차원에서 비영리로 운영해왔다.

그러나 실리콘밸리 등 미국의 첨단 산업 지역에 최근 만들어지는 BI는 새로 태어난 기업의 경영을 지원해서 회사를 키우고 빠른 시간 내에 높은 투자수익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역점을 둔다.

BI에는 특정 건물에 투자기업을 입주시키는 방식과 BI 건물을 별도로 두지 않는 비입주 방식이 있다.

비입주 방식의 대표주자인 CMGI는 94년 나스닥에 상장된 지주회사. 벤처캐피털인 @벤처를 자회사로 두고 인터넷 관련 기업에 투자한다. 현재 CMGI가 인수하거나 투자한 기업은 60여개에 이른다. 인터넷 마케팅 및 광고 부문, e커머스 부문, 인터넷 콘텐츠 및 커뮤니티 부문, 인터넷 기반기술부문 등 4개 부문의 기업간(B2B) 또는 기업대 고객간(B2C)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거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CMGI의 주가는 최근 미국증시의 주가폭락으로 많이 떨어져 최근 65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고 시가총액도 173억달러로 줄었다. 그러나 여전히 인터넷 경제의 핵심 리더로 증시에서 가장 많이 추천되는 종목이다. 알타비스타 라이코스 옥션와치닷컴 등이 대표적인 지원기업. 이들 중 8개 업체는 이미 나스닥에 상장됐다.

로스앤젤레스 근교 패서디나에 있는 아이디어랩은 빌 그로스가 96년 설립한 인큐베이터. 투자기업을 인큐베이터 건물에 입주시켜 경영이나 기술 등을 지원하고 물리적으로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 이미 고투닷컴 이토이즈 등 5개 회사를 나스닥에 상장시켰다.

아이디어랩은 3월 실리콘밸리에도 사무실을 열었고 최근에는 10억달러를 신규로 조달해서 뉴욕, 보스턴, 런던에도 진출했다. “우리는 걸어서 1분 내에 우리가 투자한 회사 경영진을 만나서 무엇이든 지원할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랩 담당자의 설명이다.

98년 일본 마쓰시타전기가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파나소닉디지털컨셉트센터(PDCC)는 외국 대기업이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는 새로운 모델로 화제가 됐다. PDCC는 인터넷 및 e커머스 분야의 미국 벤처기업을 발굴, 창업 보육과 투자를 해주고 마쓰시타와 업무 제휴를 추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곳에는 미국 벤처기업들과 함께 마쓰시타 관계사들도 입주해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KTB 등 벤처캐피털회사에서 인큐베이터를 만들어 투자 기업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우리나라 벤처캐피털 회사들이 실리콘밸리에 진출할 때 마쓰시타처럼 인큐베이터 기능을 함께 갖는 것이 효과적이다. 투자 기업을 물리적으로 한곳에 입주시켜 집중 관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벤처인큐베이터들이 그저 장소와 시설을 제공하는 수준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경영 및 기술 지원을 할 수 있는 체제로 발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선 전문가 네트워크 구축과 인큐베이터 매니저의 육성이 시급하다.

배종태(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현 스탠퍼드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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