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Digital]화제의 소송/선거권 뺏긴 시민 국가상대 소송

  • 입력 2000년 4월 26일 18시 57분


검찰이 개인 전과기록을 잘못 입력하거나 입력을 빠뜨려 4·13총선에서 선거권을 빼앗긴 시민이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아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낸다. 이번 소송은 국민이 헌법상 기본권인 ‘참정권’을 침해당한 경우 손해배상을 얼마나 해야 하는지를 다투는 첫 소송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경기 안양시에 사는 최경수씨(59)는 26일 “99년 9월 10개월 동안 만기 복역하고 출소했는데도 검찰이 선관위에 잘못 통보해 투표를 못했다”며 27일 국가배상신청과 함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 각각 3000만원씩을 청구키로 했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산하 ‘작은권리찾기 운동본부’는 공익소송 차원에서 최씨의 신청과 소송을 무료로 대리하고 유사한 피해사례를 신고 받아 공동 소송을 내기로 했다.

최씨는 “선거 1주일 전 투표권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동사무서와 선관위, 검찰 등에 정정을 요구했으나 아직 왜 기록이 잘못됐는지조차 모른다는 한심한 답을 들었다”며 “다시는 나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소송을 결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종훈(金宗勳)변호사는 “국가배상법과 민법에 따라 검찰의 과실이 입증되면 국가는 참정권 박탈에 따른 정신적 고통에 대해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전과기록은 경찰과 검찰이 함께 관리하고 있는데 검찰은 인지한 피의자의 개인 정보와 혐의사실, 기소여부, 1,2,3심 재판결과를 입력하게 돼 있다. 검찰 관계자는 “20세 이상 모든 국민의 전과자료를 분석해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실수가 발생했다”고 인정했다.

투표가 끝난 13일 하루 동안만 본보 사회부에는 최씨와 같은 이유로 선거를 하지 못했다는 제보가 4건이나 들어오는 등 비슷한 피해가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인 차병직(車炳直)변호사는 “단순한 위자료 청구소송이 아닌 헌법과 기본권의 차원에서 변론할 방침”이라며 “수사기관의 개인 전과기록 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피해사례 문의 02-723-5303

<신석호기자>ky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