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북스]이동현/커피사업을 문화사업으로

  • 입력 2000년 4월 21일 21시 18분


▼'스타벅스: 커피 한잔에 담긴 성공신화' 하워드 슐츠, 도리 존스 양 지음/김영사 펴냄▼

스타벅스는 커피 산업에서 신화적인 기업이다. 단 1개의 소매점에서 출발해 제너럴 푸드(General Foods), 네슬레, P&G 등 커피 산업의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오늘날 전세계 2,000여 소매점을 거느린 세계 최고의 커피 브랜드로 성장하였다.

이 책은 신화의 주인공이기도 한 하워드 슐츠 회장이 자서전의 형식을 빌어 스타벅스의 역사와 경영 방침, 자신의 경험과 경영 철학 등을 직접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이 자기 과시나 신변 잡기 위주의 여타 자서전들과 다른 점은 스타벅스의 발전과 그 과정에서 최고경영자 자신이 고민했던 여러 문제들을 비교적 상세히 소개함으로써 우리에게 유익한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는 것이다. 뉴욕의 빈민가 출신이기도 한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 신화의 원동력을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첫째, 하워드 슐츠는 고정 관념에서 탈피해 커피 산업을 새로운 시각에서 정의하였다. 사실 1960년대 중반 이래 미국의 커피 산업은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사양 산업이었다.

그러나 하워드 슐츠는 고급 커피에 대한 소비자들의 잠재 욕구를 발견하였고, 스타벅스는 이를 충족시키기 의해 단순히 커피만 팔기보다는 커피와 함께 이국적 분위기, 친절한 서비스, 재즈 음악 등 로맨틱한 만남의 장을 제공하는 새로운 사업을 고안하였다. 하워드 슐츠에게 있어 스타벅스는 커피 사업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문화 사업이었다.

둘째, 하워드 슐츠는 고객에게 제공되는 커피나 서비스의 품질에 혹독하리만큼 철저했다고 회고하고 있다. 점포가 2,000개가 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커피 원료를 구매하는 단계부터 배송,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함으로써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였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스타벅스는 프랜차이즈 방식을 도입하지 않았고 직영점 위주로 유통을 구축하였다.

셋째, 하워드 슐츠는 종업원들과의 신뢰 관계가 스타벅스의 생명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고객과 만나는 최종 접점에 있는 종업원들이 열정을 갖고 업무에 헌신하지 않는다면 고객들에게 회사의 가치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스타벅스는 업계 최초로 파트타임 종업원들에게도 종합 의료보험 혜택을 제공했으며 ‘빈스톡(bean stock)’이라는 이름의 스톡옵션 제도를 회사의 모든 직원들에게 적용시켰다. 사실 스타벅스의 음악 사업은 종업원들의 아이디어에 의해 탄생한 신규 사업이었다.

인터넷, 생명 공학, 소프트웨어, 정보 통신 등 첨단 산업이 판을 치는 세상에, 스타벅스의 신화는 소위 굴뚝 산업의 경영자들에게 새로운 용기와 영감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한 것 같다.

이동현(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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