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스트레스, 술―담배로 푼다면 자해행위

  • 입력 2000년 4월 18일 19시 28분


대기업 H사의 손모과장(34)은 요즘 ‘피로의 쳇바퀴’ 속에서 살고 있다고 느낀다.

매일 오전 8시 일어나 아침밥을 거르고 출근, 밤12시까지 벤처팀 창업을 준비하면서 틈틈이 담배 한갑 반을 피운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밤12시∼오전2시 술 한 잔. 물론 술자리에서 담배는 더 피운다. 귀가 직후 고꾸라져 자고 다음날 똑같은 일상. 손과장은 최근 낮잠을 30분 자는 전략으로 오후 능률을 약간 높였지만 피로하기는 마찬가지.

손과장은 최근 새 사실을 깨닫았다. 주위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은 술자리에서도 절주하고 운동에도 열심인 반면 스트레스를 술 담배로 풀려는 사람은 운동하는 법이 거의 없다는 사실. 비실대는 사람은 스트레스 술 담배의 쳇바퀴에 갇혀 몸을 망치는 ‘킬링 보디(Killing Body)의 사이클’에 빠져 있었다.

울산대의대 서울중앙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진영수교수는 “우리 몸은 자연치유력을 갖고 있어 아이들처럼 배고플 때 먹고 졸릴 때 자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전제, “그러나 정신적 스트레스나 담배 술 등으로 내부 환경이 교란되면 자연치유 시스템이 망가져 해로운 것을 이로운 것으로 착각한다”고 말한다. 킬링 보디의 사이클에 빠지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최근엔 이 중 술과 담배의 상호 연관성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에선 일반인 10%가 골초인데 비해 애주가 중엔 70∼90%가 골초라는 조사결과와 함께 술과 담배가 작용하는 뇌의 특정부위가 같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시카고 노스웨스턴대의 나라하시 박사팀은 술을 마시면 중추신경계가 담배를 더 피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만 유해물질을 해독하지는 못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반대로 흡연자의 뇌는 술에 덜 민감하게 바뀌어 결과적으로 술을 더 마시게 되고 더 취하게 만든다는 것.

사람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방법이 다르다. 금연 절주 운동 등 가장 택하기 쉬운 것을 택하면 되지만 대체로 운동부터 시작하는 것이 최선의 탈출구.

정신적 스트레스가 쌓일 때 술 담배를 하면 우리 몸에서 도파민 엔돌핀 등 ‘천연 마약’이 나온다. 그러나 운동을 하면 술 담배를 할 때와 마찬가지로 몸 안에서 ‘천연 마약’이 생기기 때문에 ‘금단현상’을 덜 느끼면서 금연 절주에 돌입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운동에 재미를 붙이면서 담배맛이 떨어졌다고 말한다.

연세대의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윤방부교수는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운동이 최선은 아니다”면서 “피로 때문에 견딜 수 없으면 우선 쉬어야 하고 그래도 견딜 수 없으면 다른 병이 있을지 모르므로 병원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운동을 하더라도 처음부터 과다하게 하면 기분은 좋아져도 피곤이 쌓여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데 효과가 없다는 것.

또 대부분의 경우엔 아침 운동이 적합하지만 과다한 업무 때문에 늘 잠이 부족하다면 굳이 아침 운동을 고집하기 보다 근무 시간 틈틈이 걷기 스트레칭 등으로 운동하는 것이 좋다.

우선 주말을 산책 등으로 즐겁게 보내고 쉰 다음 월요일 아침부터 운동에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 평소 운동하지 않다가 일요일에만 새벽 일찍 일어나서 등산하거나 조기축구회에서 2, 3시간 땀을 뻘뻘 흘리면서 운동하는 것은 효과도 없고 되레 피로감만 가중시킨다. 운동 효과가 나려면 1주일에 3, 4차례 이상 꾸준히 해야 하며 주말엔 평소보다 운동량을 줄이는 것이 좋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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