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어떤 총재회담이냐

  • 입력 2000년 4월 16일 20시 07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총재의 여야 영수회담 성사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수회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야가 동의하지만 회담개최의 여건이나 의제 등을 놓고 서로간에 견해가 달라 영수회담의 조기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여야간에 이해가 다르고 서로간의 불신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는 보다 큰 틀에서 여야 영수회담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우선 여야는 이제 서로가 협력하지 않고는 원만한 국정운영은커녕 국민의 원성을 면치 못하리라는 엄연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더 이상 ‘야당 죽이기’와 ‘발목 잡기’가 재현되어선 안 된다. 겉 다르고 속 다른 ‘꼼수의 정치’나 사사건건 발끈하는 ‘협량의 정치’를 보여서도 안 된다.

대화와 협력의 정치, 상생(相生)의 정치를 백날 되뇐들 서로간에 근본적인 신뢰를 쌓지 못하면 지난 2년여간 계속된 ‘상쟁(相爭)의 정치’를 벗어나기 어렵다. 그렇다면 여야는 무엇보다 상호간에 믿음을 줄 수 있는 정도(正道)의 정치를 펴야 한다.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당파적 이해를 초월하는 여야의 협력체제가 이뤄져야 하고 이를 통해 국민적 동의와 협조를 구해야 한다. 명분만을 앞세워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꼬투리를 잡아 정쟁(政爭)으로 몰아가서도 안 된다. IMF위기를 극복했다고 하지만 우리 경제의 불안요소는 여전하다. 개혁은 미진하고 빈부양극화는 심화됐다. 여야는 경제를 안정시키고 선거를 치르면서 흐트러진 사회기강을 바로잡고 민생을 돌보는 데 눈을 돌려야 한다.

여권은 특히 국회의 과반수 의석 만들기에 대한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엇보다 무리하게 다수 의석을 만들어 보았자 야당의 반발에 따른 정치불안 외에 별로 얻은 게 없었던 지난 2년간의 결과를 교훈 삼아야 한다. 청와대측은 일단 인위적 정계개편은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지켜볼 일이다.

이와 관련, 선거사범 처리는 여야를 불문하고 신속 엄정하게 처리되어야 한다. 행여 다시 공정성을 잃은 편파수사를 하거나 여측이 이를 야당의원 빼내가기에 이용하려 한다면 정치는 끝장이다. 검찰은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

여야 영수회담은 정치소비자인 국민에게 양질의 정치를 공급하기 위해 적어도 과거와 같은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다툼의 정치, 정파의 이익만을 좇는 ‘3류 정치’는 그만두겠다는 ‘대(對)국민 선언’의 자리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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