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권순택/약점 들추기가 남긴 것

  • 입력 2000년 4월 11일 19시 51분


내일로 다가온 총선을 앞두고 투표율이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투표율이 낮은 것은 일반적으로 정치에 대한 혐오나 무관심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정치 현실의 한심한 수준과 외국인들도 놀랄 정도의 정치에 대한 지나친 관심을 놓고 볼 때 투표율이 낮아진다면 무관심보다는 혐오가 더 중요한 요인일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선거전의 가장 큰 특징은 민주화와 야권에 의한 정권교체가 이뤄진 상태에서 치러졌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게다가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퇴임으로 ‘3김 구도’의 한 축이 무너진 상태에서 치러졌다. 선거전에서 ‘총론’은 없고 ‘각론’만 두드러진 이유일 것이다.

다른 특징은 총체적으로 상대방의 약점과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고 공격하는 이른바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일관됐다는 점이다.

야당의 선거전략은 통상 공세적이고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집권여당은 정책중심, 정당중심의 선거전을 기본으로 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번 선거전에서는 여당까지 네거티브 캠페인 위주로 나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과 부적격자를 가려내야 한다는 여론에 밀린 정치권이 주도한 후보들의 재산 납세 전과 병력 등 신상정보 공개는 그 긍정적인 성과를 부인할 수 없다. 그것마저 없었다면 이번 선거전은 과연 무엇으로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을까. 아마도 조직 돈 흑색선전 및 지역감정이 선거판을 지배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에서 새롭게 등장한 ‘당선운동’이 아닌 ‘낙천낙선운동’과 신상정보 공개는 결국 선거판 분위기를 부정적으로 몰아간 요인의 일부로 작용했다.

언론과 정치는 상호의존 관계로 파악된다. 비판과 감시를 기본사명으로 하는 언론의 선거보도는 네거티브 캠페인을 많이 다루는 경향이 있다. 그런 터에 선거판이 온통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일관했으니 오죽했겠는가.

미국에서의 다양한 연구결과는 네거티브 정치캠페인은 그것을 보도하는 언론에 대해서도 유권자와 미디어 수용자의 거부감을 높여 왔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미국에서 정치인과 언론인에 대한 신뢰도가 70년대 이후 함께 추락해온 사실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전은 무엇보다도 앞으로 네거티브 캠페인의 역기능을 최소화하도록 법과 제도를 보완 정비해야 한다는 점을 과제로 제기했다.

후보들의 신상정보가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서는 공개됐다. 그러나 정작 유권자 개개인에게 전달되는 선거공보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후보들의 신상정보를 사전에 확보해 유권자에게 직접 제공하는 방법이 모색돼야 한다. 전과나 납세에 관한 정보도 공개기준을 보다 합리적으로 보완해야 실효를 거둘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시민운동단체들도 네거티브 캠페인의 역기능과 부정적인 요소를 최소화하고 시민들의 참여의식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을 찾아 나서야 할 것이란 생각이다.

네거티브 캠페인의 가장 큰 문제가 유권자들의 정치혐오와 소외감은 물론 무관심 불신 냉소주의를 강화하기 때문이다.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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