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황사대책 급하다

  • 입력 2000년 4월 7일 20시 03분


어제 또 중국에서 황사가 날아와 전국의 하늘을 뿌옇게 뒤덮었다. 지난달 4차례에 이어 올들어 5번째 내습이다. 이날 서울 하늘의 먼지농도는 177.2㎍/㎥로 올들어 가장 짙었으며 평상시 농도(0∼10㎍/㎥)의 무려 17배나 됐다. 시정(視程)은 낮 12시부터 1시 사이 1.8㎞로 평소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마스크를 쓰거나 손으로 눈 위를 가린 채 종종걸음을 치는 시민이 많았고 재채기나 기침을 하는 시민도 자주 눈에 띄었다.

황사는 중국대륙의 고비사막과 황토고원 지대에서 상승기류를 타고 일어난 먼지가 강한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쪽으로 날아오는 자연현상이다. 따라서 황사 자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더구나 지난 겨울과 올 봄에는 중국대륙이 유난히 건조해 황사의 농도가 훨씬 짙어졌다. 중국은 요즘 심할 경우 시정이 100∼200m에 불과하며 초대형 황사의 연간 발생횟수도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황사에 대한 장단기 대책을 세우지 않을 수 없다.

황사로 인한 가장 흔한 피해는 호흡기와 안과 질환이다. 요즘 황사철을 맞아 감기나 기관지천식 결막염 등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평소보다 20∼30% 이상 급증했다고 한다. 황사 속에는 몸에 해로운 각종 중금속 물질이 들어 있어 우선은 각자가 몸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제역(口蹄疫)의 확산과 관련해 황사가 전염경로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만큼 황사 속에 병원성 물질이 들어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황사피해 사례로는 이밖에도 지난달 31일 제주도에서 발생한 것처럼 잇따른 정전사고와 첨단 반도체 공장의 가동중단, 각종 식물의 호흡곤란 야기, 자동차 등 금속물체의 빠른 부식 등을 들 수 있다. 황사가 우리 국민의 건강과 생활주변, 자연환경 산업체 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실로 막대한 것이다. 아직 황사연구는 초보단계에 불과해 피해에 대한 정확한 계량적 측정은 나와 있는 게 없으나 일시적 자연현상으로 가볍게 지나치고 말 사안은 아니다.

이제 황사문제는 정부가 중국은 물론 이해당사국인 일본 등과 함께 국제적 해결책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할 단계에 왔다. 그런 점에서 지난 2월 베이징의 한 중 일 환경장관회담에서 ‘환경협력숲’ 조성방안을 논의한 것이라든가 한중 양국이 베이징 인근지역에 측백나무를 심어 ‘우의림(友誼林)’을 만들기로 한 것, 민간차원의 숲 조성사업 추진 등 최근 움직임은 매우 뜻있는 일이다. 이를 시발점으로 해서 관계국들이 협력을 아끼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황사문제도 해결하지 못할 일은 아니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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