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80돌/디지털맨對아날로그맨]디지털맨 57% "이직용의"

  • 입력 2000년 3월 31일 22시 38분


디지털맨은 의식과 생활방식에서 아날로그맨과 어떤 차이를 보일까.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정진홍(鄭鎭弘·커뮤니케이션학)교수는 “아날로그맨은 집단과 조직을 중시하고 디지털맨은 개인과 자아를 중시한다”고 말한다. 전자의 생활방식이 ‘수성(守成)형’이라면 후자는 도전을 즐기는 ‘공격형’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조사결과에서도 디지털맨과 아날로그맨은 행복관 가치관 직업관 등 인식의 영역은 물론 자녀교육 재테크 여가생활 등 라이프 스타일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디지털맨이 더 행복?〓디지털맨의 행복지수는 69. 아날로그맨의 64보다 높았다.

행복지수란 “행복하다”는 응답의 백분율에서 “불행하다”는 백분율을 뺀 것. 디지털맨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낙천적이라는 분석이다.

‘행복을 가져다주는 조건’도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두 집단 모두 ‘가정의 화목’을 행복의 첫째 조건으로 꼽았으나 디지털맨은 ‘긍정적 사고’를 두번째 조건으로 여긴 반면 아날 로그맨은 건강을 들었다.

‘21세기에 갖춰야할 덕목’에서 아날로그맨은 ‘더불어’ 사는데 필요한 덕목에, 디지털맨은 ‘개인의 경쟁력’에 초점을 두었다. 디지털맨은 창의성(43.4%)을 첫손에 꼽은 뒤 다음으로 주체성을 들었으며, 아날로그맨은 성실성(26.3%)이 가장 중요하고 창의성을 그 다음에 두었다.

▽부모의 희생은 미덕?〓아날로그맨의 85.6%가 ‘자식은 꼭 있어야 한다’고 여기는 반면 이에 동의하는 디지털맨은 67.7%에 불과했다. 또 아날로그맨의 62.4%가 ‘부모는 자녀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으나 디지털맨은 46.3%만이 동의했다.

그러나 자녀를 위한 이민이나 조기유학에 대해선 디지털맨이 더 개방적이었다. ‘자녀를 위해서라면 이민을 가거나 조기유학을 보낼 수 있다’에 디지털맨의 52.1%가, 아날로그맨의 41%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자녀의 직업선택에 대해선 두 집단 모두 ‘자율권 보장’이라는 입장. 다만 그 다음 순위로 디지털맨의 경우 정보통신관련(6.5%)을, 아날로그맨은 교직(7.8%)을 꼽았다.

▽장래성이냐, 안정성이냐〓디지털맨에겐 평생직장이란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정도. 디지털맨의 56.9%, 아날로그맨의 36.9%가 ‘향후 이직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또 디지털맨의 평균 취업연수가 짧음에도 불구하고 ‘현 직장이 두 번째’인 경우가 32.9%로, 아날로그맨(25.7%)보다 높았다.

직장선택에서 두 집단 모두 첫 번째 고려하는 점은 ‘개인의 적성’이었지만 두 번째 요인은 디지털맨의 경우 장래성을, 아날로그맨은 안정성을 들었다.

▽재테크 성공률은 비슷〓아날로그맨은 현재 은행저축(75.8%), 간접투자상품(9.1%), 직접 주식투자(8.1%)로 재테크를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여유자금은 은행에 저축하겠다’가 70.9%.

그러나 디지털맨은 현재 은행저축(68.0%), 간접투자상품(19.4%), 직접 주식투자(6.2%) 등에 재테크하고 있지만 여유자금이 생길 경우 은행저축은 40.7%정도인 반면 주식에 직접 투자하거나(20.3%), 간접투자상품을 사고 싶다(18.5%)고 응답했다. 디지털맨의 45.3%, 아날로그맨의 40.3%가 현재 재테크를 하고 있으며 ‘성공률’은 디지털맨 45.2%, 아날로그맨 48.3%로 별 차이가 없었다.

▽가족과 TV를/친구와 인터넷을〓아날로그맨의 여가는 ‘가족과 함께 TV시청’으로, 디지털맨은 ‘친구나 애인과의 인터넷 만남’ 정도.

아날로그맨은 여가를 절반이상이 가족이나 친척과 보내는 반면 디지털맨은 절반 가량이 친구나 애인과 보낸다고 응답. 물론 이같은 차이는 ‘친구지향형’인 젊은층엔 디지털맨이 많고 ‘가족지향형’인 중장년층에 아날로그맨이 많기 때문일 수 있다. ‘직장 및 사회생활 관련 사람’과 여가를 보내는 정도에선 아날로그맨이 8.5%로 디지털맨보다 두배 이상 많았다.

아날로그맨의 주된 여가도구는 TV, 디지털맨은 인터넷이나 컴퓨터. 여행은 디지털맨(19.6%)이 아날로그맨(13.9%)보다 더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때 술마시기나 잠자기를 한다는 응답엔 별 차이가 없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 어떻게 조사했나 ▼

동아일보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 앤 리서치(R&R)’는 이번 전화조사에서 지역별(제주 제외) 인구비례 할당을 통해 전국 20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무작위 추출했다.

조사시점은 일요일인 3월19일 오전10시∼밤9시. 조사결과의 신뢰도는 95%이며 각 결과에 대한 최대허용 표본오차는 ±3.1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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