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 병역의혹] 군대안간 富者―父子 많다

  • 입력 2000년 3월 29일 23시 21분


‘군대에 가지 않으면 부자가 된다?’

29일 마감된 16대 총선 출마자들과 직계비속의 병역신고내용을 보면 이 같은 가설이 결코 우스갯소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우선 재산순위 40위(49억원 이상) 이내의 후보자중 45%인 18명이 군에 가지 않았다. 이는 후보자 전체 병역면제 비율인 23%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 이 가설을 거꾸로 뒤집으면 ‘부자는 군대에 가지 않는다’는 ‘유전(有錢) 면제’의 원리가 성립되는 셈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후보자 본인이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사람들의 재산 평균은 12억3000만원이지만 병역을 면제받은 후보자들의 재산은 25억6000만원에 달한다. 병역을 마친 사람보다 두 배 이상의 재산을 모았다고 볼 수 있다.

재산은 군복무를 마친 후보보다 훨씬 많으면서 납세액은 현역필 후보보다 훨씬 적은 후보도 눈에 띄었다.

후보 자신과 아들이 모두 군대에 안간 ‘부면자면(父免子免)’후보도 30명에 이른다. 정당별로는 한나라당이 12명으로 가장 많고, 자민련 5명, 민주당 4명, 민국당 3명, 한국신당 1명의 순이었다.

특히 아들이 군을 면제받은 94명의 후보중 35명이 현역 국회의원으로 밝혀져 ‘유권면제(有權免除)설’이 시중에 떠도는 얘기가 아님을 입증하고 있다. 경북 고령-성주에 출마한 한나라당 주진우(朱鎭旴)의원은 본인과 장차남이 모두 군대에 가지 않았고, 충남 보령-서천에 출마한 한국신당 김용환(金龍煥)의원도 본인을 포함한 ‘3부자’가 ‘제2국민역’ 판정을 받았다.

전의원인 경남 산청-합천의 자민련 권해옥(權海玉)후보는 본인과 장남 3남은 ‘병역면제’, 4남은 ‘제2국민역’으로 네 부자가 군대에 가지 않았다.

병역면제에다 3년간 소득세 재산세 납세총액이 100만원 미만으로 사실상 ‘병역’과 ‘납세’라는 국민의 2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후보도 전체 후보의 7.2%에 해당하는 73명.

이를 정당별로 보면 한나라당 11명, 민주당 14명, 자민련 12명, 민국당 10명, 민주노동당 4명, 한국신당 1명, 청년진보당 9명, 무소속 12명 등이다. 이중 군에 가지 않고 3년간 소득세와 재산세를 한 푼도 납부하지 않은 후보도 전체후보의 2.8%인 29명에 이르고 있다.

장교 및 장성 출신으로 아들이 군에 가지 않은 후보도 23명으로 나타났다.

자신이나 아들이 군 면제를 받은 후보들은 갖가지 사유와 근거를 들이대고 있다. 하지만 돈과 병역의 함수관계를 연상시키는 이 같은 통계수치를 유권자들이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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