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현대-SK 챔피언전…조성원-황성인 맞대결

  • 입력 2000년 3월 24일 19시 33분


‘작은 고추가 더 맵다.’

1m80이면 농구판에선 ‘땅꼬마’. 이 정도 키 가지고는 어지간히 손발놀림이 탁월하지 않고선 프로세계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 타고난 재주로 공격력은 좋을 수 있지만 수비에서 일단 불리하기 때문에 단신선수들은 항상 감독들의 고민거리다.

25일부터 7전4선승제로 챔피언자리를 놓고 겨루는 현대 걸리버스와 SK 나이츠.

묘하게도 양팀의 운명은 1m80의 조성원(현대)과 황성인(SK)의 손에 달려 있다.

두 선수 모두 화려한 개인기나 멋진 외모를 지닌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군더더기 없는 플레이로 팬들을 사로잡는다. 고비마다 터지는 외곽슛과 빠른 발을 이용한 속공이 일품. 둘은 빼박았다 할 정도로 닮은꼴이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결정적인 슛으로 팀의 승리를 일궈낸다는 것도 똑같다.

조성원은 팀이 첫 챔피언에 오른 97∼98시즌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영웅’이 됐다. 2연패를 당해 챔피언의 꿈을 접을 무렵 조성원이 종료 7.6초를 남기고 역전 3점포를 터뜨려 재기의 발판이 됐던 것.

황성인은 더욱 극적이다. 99년 10월24일. 정규리그 시범경기격으로 열린 투어챔피언십 결승에서 종료 1초전 역전 3점포를 쏘아 올려 팀에 창단이후 첫 우승의 감격을 선사했다.

둘 다 단신을 극복하며 ‘살아남는 법’을 터득한 것도 공통점.

조성원은 순발력 두뇌 체력 스피드 어느 것 하나 나무랄 데 없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단신으로 인한 필연적인 수비 열세 때문에 항상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개발한 것이 상대의 수비를 앞에 두고서 넘어질 듯하며 던지는 페이드어웨이슛. 도저히 들어가지 않을 것 같으면서 들어가는 슛 앞에서 감독은 그를 예뻐하지 않을 수 없다.

황성인은 중학시절부터 동기생인 조상현에 가려 대학에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살아 있는 폭탄’이라는 별명처럼 ‘악바리’ 근성으로 살아남아 그는 항상 결승골의 주인공이 됐다.

근성에서도 둘 다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 목부상으로 보호대를 차고 있다가 보호대를 벗어 던지고 SBS 스타즈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 나와 승리를 이끌어 낸 조성원.

황성인은 1월11일 LG전에서 1쿼터 상대 선수와 부딪쳐 눈주위가 2㎝정도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황성인은 진통제 두 알을 먹더니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코트에 나와 4쿼터에서 3점포를 펑펑 터뜨려 승리를 거둬들였다.

<전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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