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무원 '株테크' 투명한 기준을

  • 입력 2000년 3월 21일 19시 34분


지난달 말 고위공직자 재산변동 신고내용이 공개된 뒤 다시 제기된 공무원 주식투자 규제를 둘러싼 논란이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고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20일 “주식 관련 업무를 하는 공무원이 주식투자를 하는 것은 절대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이로써 교통정리가 된 것은 아니다. 주식투자를 해서는 안되는 공무원의 기준, 그 가족 포함 여부, 금지대상 투자의 범위와 형태, 실효성 있는 감시와 처벌 등에 관한 결정이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공직자가 주식투자로 돈을 벌었다고 모두 문제삼을 수는 없다. 근검절약해서 조금 모은 재산으로 순진하게 주식투자를 했다가 손해를 본 공무원도 있을 것이다. 정부가 증권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공무원들에게 주식투자를 권장한 적도 있다.

하지만 재산변동 내용을 신고한 고위공직자들의 평균적 투자성공률이 일반투자자의 6배 이상이라는 사실은 이들의 경제지식과 투자감각 또는 요행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직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정보를 이용한 사실상의 내부자거래, 더 나아가 자신의 주테크를 위한 적극적 시장조종의 개연성까지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범죄에 해당한다.

또한 공직자 주식투자가 고위직에 그치지 않고 중하위직에 폭넓게 확산돼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얘기가 증시에서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 관계장관회의에서 공무원의 근무중 주식거래를 금하기로 했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들의 주테크가 도를 넘어 과열양상으로 치달으면 직무기강 이완, 공직자윤리 추락으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 또 ‘공무원들이 더 심해’라는 인식이 일반화되면 증시의 불법 편법거래에 대한 도덕적 불감증이 더욱 부채질될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기강에까지 나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공직자 주식투자에 대해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을 마련해 엄정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공직자의 주식투자를 원천적으로 금지할 수는 없지만 직무의 성격상 금지가 불가피한 공무원도 분명히 있다. 또 주식투자 금지대상이 아닌 공무원에 대해서도 투자 및 이에 따른 재산증식 과정에 대한 신고 추적 처벌 등이 보다 철저하게 이루어지도록 증권거래법 공직자윤리법 등을 치밀하게 손질해야 할 것이다. 규제가 지나쳐 재산권을 명백하게 침해하거나 결과적으로 다수의 공무원을 범법자로 만들어서도 안되지만 지금과 같은 공직자 주테크행태를 방치해서는 곤란하다. 법제도적 접근이 어렵다고 해서 대통령이나 관계장관의 말 몇마디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더더욱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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