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청료, 합리적 배분을

  • 입력 2000년 3월 5일 21시 15분


TV시청료 배분을 둘러싸고 KBS와 EBS(교육방송)간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 연간 징수액이 4000억원에 이르는 TV시청료는 그동안 전액 KBS의 몫이었다. 그러나 새 방송법이 발효됨에 따라 EBS가 KBS와 같은공사 체제로 바뀌면서 두 공영방송사 사이에 시청료 배분 문제가 생겨난 것이다.

문제는 배분 비율이다. 방송위원회가 마련한 새 방송법 시행령 최종안에는 시청료 수입의 3%를 EBS에 주도록 되어 있다. 액수로 치면 연간 120억원 정도다. EBS측은 이 액수로는 방송국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다면서 20%까지 늘려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공사체제로 바뀌어 연 140억원 정도의 정부출연이 중단됐으며 방송발전기금이나 광고와 방송교재 판매수입 등 다른 운영재원을 다 합쳐도 필요한 자금에 태부족이라는 것이다.

EBS에 따르면 내년 시작되는 디지털방송 전환비용까지 포함해 올해 필요한 운영자금이 1600억원인 반면, 현재까지 확보된 자금은 시청료의 3% 몫인 120억원과 광고와 교재 판매의 예상 수입 280억원 등 모두 400억원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려 1200억원에 이르는 격차다.

이에 대해 KBS는 디지털방송 전환사업에 1조원 이상이 소요되는 등 살림살이가 빠듯해 3% 이상은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방송위원회나 정부측도 이런 주장을 받아들여 3%의 최종안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KBS는 또 EBS가 운영자금과 예상 수입금의 액수 차이를 실제보다 과장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수입과 지출의 차이가 이렇게까지 벌어진다면 EBS의 정상적인 방송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우선 EBS를 공사화하면서 재원 확보방안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정부당국에 실망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EBS 공사화의 슬로건으로 내건 방송의 공익성과 자율성도 안정적인 재정확보가 전제되어 있을 때 가능한 것이지, 방송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여건에서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일반 방송들이 날로 상업화로 치닫는 상황에서 교육방송의 존재는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최근 교육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평가는 무척 호의적이다. 교육방송에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 선진 외국과 달리 우리의 교육방송은 출범 당시부터 예산부족에 허덕여 왔다. 곧 국무회의에서 확정되어 13일 공포될 새 방송법 시행령에는 EBS에 대한 시청료 배분비율이 합리적인 선에서 조정되어야 한다. 아울러 EBS의 ‘홀로서기’를 위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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