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헌재 재경장관/"저금리 정책 계속 유지"

  • 입력 2000년 2월 13일 19시 34분


국민의 정부 2기 경제팀이 14일 출범 1개월을 맞았다.

새 경제팀은 막중한 과제와 함께 총선에 따른 정치논리의 난무, 부익부 빈익빈 심화, 재정적자 심화, 인플레 압력 등 걸림돌을 많이 안고 있다.

이헌재(李憲宰)재정경제부장관을 비롯해 이용근(李容根)금융감독위원장, 김영호(金泳鎬)산업자원부장관, 김윤기(金允起)건설교통부장관으로부터 차례로 한국경제의 과제와 미래에 관해 들어본다.

본보 이규민경제부장이 2기 경제팀 수장인 이헌재장관을 만났다.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상으로 정부의 저금리 정책은 사실상 바뀐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 압력에 대한 우려 때문인가.

“한은의 콜금리 인상은 장단기금리 격차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인플레와는 무관하다. 저금리 정책은 계속된다. 한은은 단기금리인 콜금리를 올리면서 장기금리인 회사채금리의 안정을 약속했다. 인플레압력은 아직 없다. 과잉시설이 여전히 남아있다. 공급능력을 넘어선 유효수요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3·4분기까지 공급애로에 의한 인플레는 없을 것이다. 재정지출은 선거 전인데도 긴축으로 가고 있다.”

―재정지출을 줄인다고 하면서 세계잉여금을 복지에 우선적으로 쓰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통합재정적자 목표치는 3.4%이지만 실제로는 2.9% 밑으로 생각하고 있다. 재정긴축 노력은 계속한다는 뜻이다. 다만 이같은 긴축 아래에서도 여유자금이 생기면 복지에 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한은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작년 12월 3조5982억원의 은행대출금을 갚은 뒤 올 1월 3조3154억원을 다시 빌렸다. 재벌들이 작년말 부채비율 200%를 맞춘 뒤 다시 돈을 빌려간 것 아닌가.

“은행대출이 줄어든 것은 기업의 채무 감축과 은행의 자기자본비율 맞추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이다. 은행들은 새로운 자산건전성 분류기준(FLC)에 따라 수시로 재벌의 재무구조를 점검한다. 금융감독원은 또 은행을 감독하고 있다. 재벌들은 앞으로도 부채비율 200%를 유지해야 한다. 3000개 대기업 여신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이 곧 갖춰지는 만큼 편법은 불가능하다.”

―거시경제정책은 어떻게 운용할 생각인가.

“우리나라처럼 개방된 소규모 경제체제는 정책수단이 별로 없다. 재정지출, 국공채를 통한 공개시장조작, 한은의 단기금리조정이 고작이다. 이에 따라 경제변화를 미리 예측하는 기능이 중요해진다. 이런 분석기능을 바탕으로 정책방향을 잡아야 한다. 현재 재경부와 통계청이 향후 경제흐름을 예측하는 지표 개발에 총력을 쏟고 있다.”

―올해 경제를 낙관하는가.

“낙관적 측면도 있고 어려운 면도 있다.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성과배분이나 주식공유제 등을 통해 근로자들이 미래에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우자동차 매각조건은 가격보다 국내생산체제 유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데 어떤 의미인가.

“인수업체가 부품을 외국에서 가져와 조립하는 형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인수기업은 대우차의 장래를 위해 연구개발(R&D)투자를 할 용의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능력과 의지를 가진 기업이 대우차를 인수해야 한다는 점을 채권은행에 강조하고 있다.”

―장관은 디지털 전도사를 자임하는데 디지털 경제란 무엇인가.

“디지털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경제는 필요한 정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에 좌우된다. 디지털경제는 속도경쟁이라는 속성을 갖고 있어 경제디지털화를 빨리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부터 정보화에 솔선수범하고 디지털화의 장애요인을 계속 제거해 나가겠다.”

<정리〓임규진기자>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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