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헌의 뇌와 우리아이]"명랑한 아이가 공부도 잘해"

  • 입력 1999년 12월 13일 20시 25분


‘이성’과 더불어 인간본질을 구성하는 양축의 하나로 ‘감정’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인간의 합리적 사고와 이성에 심취해 있던 베이컨의 시대에는 감정이 도외시됐다. 그러나 인간의 동기를 유발하고 행동과 삶의 양식을 영위해 나가는 주요 원천이 이성에만 있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인간의 감정이 주요한 연구대상으로 부상되고 있다. 즉 감정은 인간 이성의 사소한 파생물이 아니라 고도의 이성적 사고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공부만 한다고 공부가 잘 되느냐 하면 결코 그렇지 않다. 인간 이성과 정신은 뇌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대뇌피질에서 나온다. 이러한 지성의 뇌와 감정 본능의 뇌는 수많은 회로로 연결돼 서로 정보를 주고 받으며 이성과 감성의 활동을 조절한다.

즐거운 감정을 가지면 우울한 감정을 가질 때보다 지적 능력이 우수해진다.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해 동원하는 두뇌의 기능이 얼마나 잘 발휘되느냐는 감정에 따라 좌우된다.

특히 복잡한 과제의 해결에 있어 명랑한 사람이 우울한 사람보다 훨씬 탁월하다. 기분이 좋을 때는 신경회로가 막힘없이 기억속에 보관된 모든 정보를 동원할 수 있지만 기분이 나쁠 때는 신경회로가 막혀 잘 흐르지 않기 때문이다. 명랑한 때는 회로에서의 신경전달물질 유리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나 우울한 때는 회로에서의 신경전달물질 전도가 잘 일어나지 않게 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공부를 효과적으로 잘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강제적으로 공부하도록 하는 것 보다는 자율적으로 공부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유헌(서울대의대 교수·한국뇌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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