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단어 '나자신(Myself)'의 남용

  • 입력 1999년 10월 21일 19시 11분


‘자신(self)’이라는 말은 의미가 좋지 않은 단어였다.

1805년에 월터 스코트 경은 “자신에게만 몰두하고 있는 비열한 인간들은 권력과 재물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아무도 “그들을 위해 울어주지도 않고, 그들을 기리지도 않고, 그들의 노래를 불러주지도 않을 것”이라고 썼다.‘자신’이라는 말에 대한 경멸은 우리의 언어 속에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이기적(selfish)인 것은 나쁜 것이며 사심이 없는 것(selfless)은 좋은 것이다. ‘자신’이라는 말이 들어간 단어 중에 좋은 의미를 지닌 것은 모두 자신을 부정하는 것과 관련돼 있다. ‘자기 희생(self-sacrifice)’이라는 단어가 좋은 예이다.

재귀대명사는 동사가 묘사하고 있는 행동을 주어에게로 되돌리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나 자신(myself)’라는 단어를 재귀대명사 본래의 뜻이 아니라 겸손을 가장하기 위해 사용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나 자신’이라는 단어가 1인칭 주격 대명사인 ‘I’대신 쓰이는 경우도 있다. 이것 역시 겸양의 뜻을 나타내기 위한 표현이지만 문법적으로는 옳지 않다. 한 세대 전에 필자는 지금의 필자처럼 뉴욕타임스의 보수적인 칼럼니스트였던 아서 크로크가 1890년대에 보낸 자신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담은 회고록에 ‘나 자신이 젊었을 때(Myself When Young)’라는 제목을 붙인 것을 보고 경악을 한 적이 있었다.

필자는 지금 이 글을 쓰기 위해 문헌자료를 뒤지면서 비로소 크로크의 제목이 ‘오마르 하이얌의 루바이야트’에 나오는 4행시에서 따온 것임을 알았다. 오마르 하이얌(1040?∼1123)은 페르시아의 시인이며, 루바이야트는 ‘4행시들’이라는 뜻이다. 물론 시인들은 어떤 표현이든 아무 문제없이 쓸 수 있다.

명사를 강조하기 위해 재귀대명사를 사용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지나치게 재귀대명사를 애용한 나머지 ‘나 자신 세대(Myself Generation)’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만약 겸양의 뜻을 나타내고 싶다면 바지 뒤쪽에다가 ‘나를 발로 차 주세요’라는 말을 붙이면 된다. ‘나 자신을 발로 차 주세요’라는 표현은 피해야 한다. 이것은 겸양이 지나쳐 자존심이 없어 보이니까.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millennium/m5/safir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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