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남궁석/'사이버 농부'의 성공담

  • 입력 1999년 10월 20일 19시 33분


경북 안동에서 버섯을 재배하는 구천모씨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소비자에게 버섯을 직접 판다. 직거래를 시작한 이후 소비자는 시중가의 3분의 1에 불과한 가격으로 버섯을 살 수 있게 됐고 판매량이 금방 두배로 늘었다. 유통비용을 줄여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이익을 보게 된 것이다. 정보화시대라고 해서 농수산업이나 제조업 서비스업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런 산업들도 ‘지식’ 또는 ‘정보’를 얼마나 빠르게 효과적으로 이용하느냐가 생존을 좌우하는 시대가 바로 지식정보시대이다.

구천모씨의 버섯농장은 단순한 농업에서 ‘지식기반산업화’에 성공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구씨처럼 자신의 업무분야에 지식과 정보기술을 접목시켜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높이는 사람을 ‘신지식인’이라고 부른다.

한국의 정보화전략인 사이버 코리아 21에서 첫번째 단계는 초고속정보통신망 등 지식정보화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활용해 기존 산업의 지식기반산업화를 돕고 국민 개개인의 신지식인화를 추진함으로써 국가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두번째 단계의 전략이다.

정보화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새로운 기회이다. 이제 기업경영의 원칙 자체를 간접 판매에서 인터넷을 통한 직접 판매로 바꿔 유통비용을 줄여야 한다. 컴퓨터를 인터넷을 통해 직접 판매하는 방식으로 유통원가를 줄여 경쟁자를 누른 미국 델컴퓨터의 마이클 델 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간접 판매를 직접 판매로 바꾸는 것은 농구팀이 야구팀으로 전환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농구와 야구는 완전히 다른 스포츠가 아닌가.”

시대의 흐름을 못 읽은 경쟁자가 기존 간접 판매 방식에 의존했다가 직접 판매로 전환하려 해도 대리점들 때문에 어쩌지 못하는 것을 두고 한 말일 것이다.

이제 소비자는 인터넷을 통해 세계를 상대로 물건을 구매한다. 자동차를 살 때도 안방에 앉아 차 색깔이나 엔진 성능 등 자동차에 대한 모든 정보를 다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어디에 있는 기업이든 인터넷을 이용하면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 있다.

기업이 인터넷에 웹사이트만 만든다고 해서 다 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프로세스를 정보시대에 맞게 바꿔야 한다. 헨리 포드가 대량생산 시대를 연 이후 다품종 소량생산에 이어 이제 온라인 생산시대가 열리고 있다. 마케팅도 대량 마케팅, 표적 마케팅 등 기존 마케팅기법 대신에 고객 개개인과 쌍방향으로 정보를 교환하는 데이터베이스 마케팅 시대가 됐다. 이런 추세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필요하면 기업의 구조와 업무절차도 바꿔야 한다. 경영자의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함은 물론이다.

개인은 정보기술과 외국어 등 새 시대를 살아가는 기본 무기를 착실히 갖춰야 한다. 사이버대학 등 평생교육을 통해 부단히 새로운 지식을 익히고 업무와 생활을 새롭게 개선하도록 노력해야 지식정보사회에서 우위를 찾을 수 있다.

정보화라는 변화의 물결을 외면하는 것은 기계영농시대에 힘으로만 농사짓겠다고 우기는 것과 다름없다. 같은 버섯을 길러도 정보화를 통해 남보다 고소득을 올리는 ‘사이버 농부’ 구씨와 인터넷 직접 판매로 시장을 장악한 델컴퓨터를 보라.

남궁석<정보통신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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