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私設금융 방치 안된다

  • 입력 1999년 9월 11일 18시 23분


마침내 터질 것이 터졌다. 유사 사설(私設)금융 삼부파이낸스사의 거액 투자자금 횡령사건은 그동안 여러차례 그 위험성이 지적돼 왔다는 점에서 예고된 사고라고 할 수 있다.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금을 끌어모은 뒤 자산 관리내용을 감시 감독하는 기관이 없는 점을 악용, 거액의 고객 출자금을 빼돌려 이 가운데 상당액을 해외로 유출시킨 것이다. 이같은 횡령은 금융기관에서는 거의 불가능하지만 자금조달과 운용이 베일에 가려 있는 파이낸스사 등 유사 사설 금융기관에서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우선 파이낸스사는 자본금 5000만원 이상이면 누구나 설립이 가능한 상법상 일반회사로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가 전혀 없다. 투자자의 출자금을 운용, 배당을 해줄 수 있을 뿐인데도 대부분의 회사들은 연 25∼35%의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일반투자자들의 돈을 끌어들여 규정에도 없는 수신업무와 대출, 어음할인 등 변칙영업을 해왔다. 그런데도 금융기관이 아니어서 금융감독원의 관리 감독도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그 동안에도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잇달았다. 대부분의 파이낸스 업체들이 고수익 고위험 자산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입거나 회사 사주들이 출자금을 빼돌려 자본의 완전 잠식 또는 부분 잠식상태인 경우가 많다. 이는 곧바로 고객손실로 나타나고 파이낸스업계 전체의 유동성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 파장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일부 은행 종금사 금고 등 부실금융기관이 퇴출되면서 그 틈새를 비집고 우후죽순처럼 난립한 유사금융기관이 전국적으로 600여개를 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파이낸스사들이 제도권 밖의 유사금융기관이기 때문에 이를 감시 감독할 방법이 없다며 방치해 왔다.

이번 검찰 수사는 삼부파이낸스 양재혁(梁在爀)회장 개인비리 차원의 조사가 아니라 금융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유사금융업계 전반에 대한 대수술의 예고라고 할 수도 있다. 뒤늦게 정부도 유사금융업체의 위법행위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겠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된다. 문제가 발생한 후의 수사나 세무조사 등으로는 투자자 피해를 막을 수 없다.

재정경제부가 검토하고 있는 불법적인 출자나 변칙 수신업무에 대한 규제법을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 또 파이낸스사들의 허위 과장광고 담합행위 등을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물론 고수익에 현혹된 투자자들의 자세에도 문제가 있지만 금융기관이 아닌 파이낸스사들이 ‘원금보장’ ‘확정금리 지급’ 등을 내세우며 금융기관처럼 행세해 왔는데도 그대로 놔둔 것은 당국의 직무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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