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3·30'수사 어물쩍 끝내나

  • 입력 1999년 9월 1일 18시 40분


서울 구로을과 경기 시흥 안양 지역구의 국회의원 및 시장을 다시 뽑은 3·30재보선이 실시된 지 이달 30일로 6개월이 된다. 당시 선거사범에 대한 검찰의 공소시효(6개월)가 이제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셈이다. 3·30재보선 수사는 집권당인 국민회의의 부정사례가 핵심이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수사진행상황을 보면 결국 흐지부지되고 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3·30수사의 가장 큰 쟁점은 국민회의의 이른바 ‘동특위(洞特委)사건’이다. 국민회의가 선거운동기간중 각종 특위위원 위촉이라는 편법을 사용해 2만여명의 유권자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인 혐의가 있다는 것이 사건의 골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직후 자체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 부분을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즉 국민회의의 행위가 선거법상 금지돼있는 ‘사조직 활용’에 해당되느냐의 여부를 가려달라는 것이었다. 초기에는 대통령의 특별지시에 따라 검찰이 제법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곧 시들해진 느낌이다.

우리가 3·30수사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온 것은 크게 세가지 이유에서다. 부정선거는 그 자체도 잘못된 것이지만 특히 앞으로의 공명선거 풍토 조성을 위해 여야를 막론하고 절대 용납해서는 안된다는 점, 검찰의 정치적 중립 여부를 잴 수 있는 시금석이라는 점, 국민이 염원하고 있는 정치발전 또는 개혁을 위해 중요한 전기가 돼야 한다는 점 등이다. 그런 시각에서 검찰이 명예를 걸고 신속하고 엄격한 사법처리를 하도록 촉구했던 것이다.

그러나 검찰수사가 진행돼온 저간의 사정을 보면 기대와는 상당히 다른 것 같다. 검찰은 이달 중순경 어떤 식으로든 수사의 결론을 낼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수사를 맡고 있는 일선 검찰에서는 아직 뚜렷한 심증을 굳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십명의 특위위원들을 불러 조사했지만 진술이 서로 엇갈리는데다 소환에 잘 응하지도 않아 애로가 있다는 게 검찰의 얘기다. 어쨌든 선거부정에 대해서는 철저히 시비를 가려내겠다는 검찰의 의지가 미약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국민회의가 3·30재보선때 50억원을 썼다는 ‘돈선거’의혹도 한때 제기됐으나 국민회의측이 이를 보도한 신문을 고소했다가 취하하는 바람에 진상규명 기회를 놓친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선거때마다 불법과 타락이 춤추는 데는 무엇보다도 그동안 선거부정을 엄정하게 파헤치지 못한 검찰의 책임이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내년 총선이 공명선거가 될 것이냐 여부도 3·30수사에 달려있다는 점을 검찰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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