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광웅 중앙인사위원장 "1∼3급 140여자리 민간개방"

  • 입력 1999년 8월 30일 19시 16분


얼마 전 공직사회 안팎에 적지 않은 파문을 몰고온 ‘사건’이 있었다. 40, 50대 고시출신이 대부분인 중앙부처 과장직에 30대 초반의 회계사가 공개채용 과정을 거쳐 임용된 것.

또 지난달에는 서울조달청 차장에 재정경제부가 추천한 1순위 후보를 제치고 2순위자가 임명돼 ‘낙하산 인사에 제동이 걸렸다’는 얘기가 관가에 나돌기도 했다.

굳게 닫혀 있던 공직사회의 문이 열리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같은 바람의 진원지는 중앙인사위원회. 1∼3급 고위공무원 승진심사, 임용 및 보수제도 개혁을 위해 5월24일 대통령 직속으로 신설된 기관이다.

출범 100일을 하루 앞둔 3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경복궁 서문 맞은편에 있는 위원회 사무실에서 김광웅(金光雄·사진)위원장을 만났다.

―그동안 학계(서울대 행정대학원장 등 역임)에 있으면서 정부의 개혁작업을 비판하고 조언하는 일을 해왔는데 직접 정부조직에 몸을 담고 보니 밖에 있을 때와 어떻게 다른가.

“공직사회는 대학과 달리 정확하고 엄격하다. 또 밖에서 보던 것과 달리 정부가 부지런하게 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까지 고위직 승진심사를 하면서 각 부처의 인사관행에 대해 느낀 점이 많을 텐데….

“각 기관에서 올린 인사안을 보면 연공서열 원칙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우리가 강조하는 것은 경력 못지않게 능력과 실적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또 인사는 공명정대하고 많은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중앙인사위가 해야 할 일 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이 1∼3급 고위직을 대상으로 한 개방형 직위를 결정하는 일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자리를 개방하게 되는가.

“무엇보다 민간의 시각에서 볼 때 효율적인 정책수립이 가능한 자리를 개방할 생각이다. 올 초 민간 경영진단팀에서 작업한 자료를 토대로 각 부처와 협의해 140여개 자리를 개방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을 뽑게 되나.

“전문성뿐만 아니라 공직 수행능력도 중요하다. 즉 인화가 가능하고 적은 보수를 견디면서 책임을 완수할 수 있어야 한다. 개방형 임용제에 대해 공무원들이 불안해 한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내부인사도 능력만 있으면 발탁되는데다 공직수행 능력이 중요하므로 민간인과의 경쟁에서 공무원들이 결코 불리하지 않다.”

―2004년까지 공무원 보수를 중견기업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인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경우 국내총생산 (GDP)에서 공무원 보수가 차지하는 비율이 평균 11.1%인데 우리는 6.4%다. 공무원 보수제도에 혁명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최근 정부가 고시 관련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하면서 고시제도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고시제도 개혁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고시를 공무원이 되기 위한 기본 소양과 지식을 검증하는 최소 자격시험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시험을 통과한 사람을 대상으로 문제 해결능력 위주의 전문 시험을 다시 보고 인턴기간을 통해 공직 적응능력을 시험한 뒤 최종 임용자를 선택할 것이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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