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임연철/에센의 부처님 미소

  • 입력 1999년 8월 11일 18시 33분


독일 에센에서 철강재벌 크루프사를 중흥시킨 알프레트 크룹은 미국의 강철왕 카네기에 비견되는 인물이다.아버지로 부터 망해가던 공장과 양질의 주강(鑄鋼)제조법을 물려받은 그는 포크와 나이프 철도를 만들기도 했으나 그의 공장은 대포를 비롯한 총기류 생산으로 더 명성을 얻었다.역사가들이 ‘대포왕(Der kanonen Koenig)’으로 부를 만큼 그의 회사가 만든 대포들은 발사할 때 포신이 부서지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외증손대에 이르러 히틀러에 협력한 행위로 2차대전후 열린 전범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아 명성이 흐려지긴 했으나 크루프사는 그후에도 독일 철강공업의 자존심으로 꼽힌다.특히 대포왕 시대에 세운 알프레트 크룹의 대 저택 빌라 휘겔은 루르지방의 대표적 예술 센터로 이용되고 있어 대포왕의 또다른 자존심을 엿보게 한다.에센시의 낮으막한 언덕에 있는 빌라 휘겔에서 ‘고대 한국’전이 열려 한국과 대포왕의 묘한 인연을 생각케 한다.

▽고대 한국의 불교 유교 무교를 주제로 10월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독일 관람객의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전시품은 단연 국보 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라고 한다.오른쪽 다리를 왼쪽 무릅위에 얹혀 놓고 미소를 머금은채 생각에 잠겨있는 모습에 발길을 돌리지 못한다는 게 전시회 주최측의 설명이다.미소라면 모나리자만 연상하던 독일 관객들에게 반가사유상의 미소는 또다른 동양의 대표적 미소로 각인될 게 틀림없어 보였다.

▽전시회에서 독일 관객들은 신라 금관 앞에서도 발길을 뗄 줄 몰라했다.저택이 나무 바닭인 탓에 미세한 진동에도 흔들리는 금관의 영락(瓔珞)을 보며 독일 관중들은 한국인의 세공 예술에 ‘분더바(원더풀)’를 연발했다.지난 6월 개막이래 이미 3만명의 관람객이 다녀 갔고 10만명이 관람할 것이라고 한다.유럽에는 국산 자동차와 전자제품들이 많이 수출되고 있으나 대부분 값싼 대우밖에는 못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반가사유상의 미소와 금관의 영락을 본 독일인들이라면 우리 수출품을 보는 눈높이를 한단계 올릴 게 틀림없다.

<에센=임연철 논설위원> ynch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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