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동건/自營者 소득파악 묘안 없나

  • 입력 1999년 8월 5일 18시 23분


자영자의 소득파악은 과세의 형평성과 관련해 오래 전부터 끊임없이 제기된 과제다. 이 문제는 특히 금년 4월부터 국민연금 제도를 확대하려는 과정에서 불거져 나와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국민연금 제도는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에 소득재분배가 이루어지도록 설계돼 있다. 즉 고소득층에서 저소득층으로 소득 이전이 이루어지는 ‘아름다운 사회연대’의 뜻을 담고 있다.

그런데 지역 연금가입자에 대한 소득신고를 접수한 결과 사업장(직장) 가입자의 평균소득이 144만원이었다. 이에 비해 도시지역 가입자의 평균소득은 84만원으로 집계됐다. 집단별로 보면 사업장 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소득이 이전되는 결과가 예상되는 것이다.

▼조세정의 출발점

이렇게 되니 실제 소득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는 도시지역 가입자가 실제보다 소득을 낮게 신고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소득재분배의 왜곡 가능성이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도시지역 가입자 중 소득이 있다고 신고한 400여만명 중 고소득 전문직으로 분류되는 사람이 약 160여만명에 이른다. 이들중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제시한 권장소득에 가깝게 또는 그 이상을 신고한 사람은 40%에 이른다.

따라서 실제로 문제가 되는 고소득 자영자 수는 그 나머지 약 90여만명 정도가 될 것이다. 이들이 바로 국민연금제도의 확대 및 조세정의의 실현에 걸림돌이 되는 자영자들인 셈이다.

최근 국무총리 산하 ‘자영자 소득 파악 위원회’에서 제출한 대정부 정책건의안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자영자의 실제소득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정보 인프라를 구축하고 소득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국세청에서 통합 관리한다는 것이다. 둘째, 소득 파악과 조세정의 실현을 위해 세제개혁과 세정쇄신을 단행한다는 것이다.

이 건의안이 갖고 있는 당위성에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다만 이 건의안에 담긴 내용이 과연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것이냐 하는 점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이와 유사한 건의안이 학계 및 언론에서 논의됐다. 한마디로 이번 위원회의 건의는 이런 것들을 모아 정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자영자 소득 파악과 관련한 본질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우선 자영자 소득의 정확한 파악이 현실적으로 과연 가능하냐는 의문을 짚어보자. 솔직히 말해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자영자의 정확한 소득파악은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정부대책 허점많아

이것은 제도상의 잘못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의 정확한 소득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처럼 낡고 불투명한 거래관행이 계속 남아있는 한 자영자의 소득파악에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세무조사 강화와 같은 강압적인 조치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든다면 도리어 부작용만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둘째, 국세청에서 정보를 통합관리하고 모든 관련기관이 국세청에 소득관련 정보를 의무적으로 통보하는 것은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국세청이 모든 일을 충실히 해낼 능력이 있는 기관이냐 하는 점이다. 과세소득의 포착은 국세청의 힘만으로는 결코 되지 않으며 관련부서와의 정보공유 및 협조도 관료주의의 속성상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셋째, 세제 및 세정개혁 내용을 보더라도 기장(記帳) 제도와 신고 납부제도의 정착은 말만으로 어디 될 일인가. 이번 정책건의안은 부가가치세제에서 문제의 핵심으로 지적된 과세특례 제도를 폐지하면 소득파악 문제가 저절로 해결될 것처럼 보았지만 과세특례제도 폐지 자체도 어려울 뿐더러 폐지되더라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모든 것을 그저 비판적인 눈으로만 보자는 것이 아니다. 이번에 발표한 건의안이 문제점투성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정부의 보다 강력한 분발을 촉구하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시민들의 납세의식 제고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선진사회로 가는 질서확립과 거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사회전반의 개혁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가 할 일을 독려 감시하고 시민들의 조세정의를 고취시키는 시민사회 단체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동건(서울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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