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낙하산 인사

  • 입력 1999년 8월 2일 19시 26분


‘낙하산 인사’라는 말에는 왠지 자조적이고 냉소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하늘에서 낙하산 떨어지듯이 외부 인사가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들어오는 데 따른 기존 조직원들의 반발, 분노, 실망감 등이 반영되고 있기 때문일까. 그런 점에서 배타성이 강한 한국적 집단이기주의를 엿볼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람의 능력이 중요한 것이지, 밖에서 온 인사라고 해서 무조건 반감을 갖는 것은 합리적인 판단이 아니다.

▽임명권자 입장에서는 정부 인사에서 ‘낙하산 인사’가 아닌 게 어디있느냐고 항변할지 모른다. 인사권의 정당한 행사라는 것이다. 모든 인사에서 잘된 인사와 그렇지 못한 인사를 가리는 기준은 명확하다. 과연 적재적소의 인물이 임명됐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결론 얻기가 매우 힘들다. 인물 검증 자체가 아예 불가능할 수 있고 혹시 검증이 되더라도 상당 기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정부의 멋대로식 ‘낙하산 인사’는 이같은 허점을 파고 든다. 엉뚱한 인사를 앉혔더라도 정부가 적절한 인물이라 판단해서 임명했다고 강변하면 그뿐이다. 조직원들의 반발은 집단이기주의로 몰아붙이면 된다. 특히 산하기관 인사에서 정부는 수시로 인사권 남용의 함정에 빠진다. 마땅한 견제 및 감시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오래 축적된 결과가 오늘날 정부 산하기관들의 방만한 경영이자 조직의 비효율성이다.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방법은 역시 전문가를 발탁하는 길 뿐이다.

▽‘파업유도 파문’의 근원지였던 한국조폐공사의 새 사장 선임을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하다. 법대교수 국회의원 등을 지낸 신임 사장의 경력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조폐공사와는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또다시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파업유도 파문의 뒷수습작업과 함께 국가의 화폐 발행을 총괄하는 것은 그리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이래저래 정부 인사에 대한 불신만 증폭되고 있다.

〈홍찬식 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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