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자금 보도]野 『등뒤에서 비수 꽂은 격』 격앙

  • 입력 1999년 7월 30일 18시 44분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30일 이회창(李會昌)총재 휴가 중에 터진 ‘세풍(稅風)자금’에 대한 문화일보 보도에 대해 “여권이 우리가 휴식을 취하는 사이 등 뒤에서 비수를 찌르는 악랄한 짓을 저질렀다”고 흥분했다.

이총재는 30일 휴가지인 충남 예산에서 유성 리베라호텔로 이동하는 승용차 안에서 하순봉(河舜鳳) 총재비서실장으로부터 보도내용을 보고받고 “내용을 알아보고 강력히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한나라당은 이에 따라 하실장 주재로 안택수(安澤秀)대변인 정형근(鄭亨根) 기획위원장 이원창(李元昌) 총재공보특보와 언론에 거명된 박명환(朴明煥)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숙의했다.

회의에서는 사정 고위관계자가 이런 허위정보를 흘린데 대해 △국민회의가 추진하는 신당 창당 및 정계 대개편을 위한 한나라당의 분열 파괴 책동 △이총재에 대한 조사가 벽에 부딪히자 측근 의원들에게 화살을 돌린 것 △4대 의혹과 경기도지사 부부 사건 등을 희석시키기 위한 국면 전환책 △임시국회 때 특검제와 국정조사 협상에 대비한 맞불작전 등으로 분석했다.

안대변인은 회의가 끝난 뒤 “불법 계좌추적의 한 단면만을 가지고 마치 사실인 양 언론에 흘린 것은 피의사실 공표죄에 해당한다”며 “대선자금의 사용처에 관해서는 수사하지 않겠다고 말한 정권의 이중성이 드러났다”고 맹공했다.

정형근위원장은 “권력기관 성격상 검찰에서 흘러나온 얘기라고 볼 수 없다”며 “과거 정권도 야당의 약점을 알고 있었지만 공개적으로 흘린 일은 없었다.정치를 안하겠다는 얘기나 다름 없다”고 비난했다.

이총재의 한 측근도 “언론 보도에 따르면 1000만원 혹은 수천만원이 남아 있다고 하는데 10억원도 아니고 1000만원이 남아 있는 것을 문제삼는 것은 상식 이하이고 수천만원이라고 얼버무리는 것도 전형적인 음해”라고 분개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대선과정에서 신경식(辛卿植) 사무총장이 후보비서실장이었고 박명환의원은 유세본부장, 박성범(朴成範)의원은 TV대책위원장, 이철(李哲)전의원은 유세단을 맡은 만큼 선거자금이 지원됐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받은 수표가 사용이 불편할 경우 받은 액수 만큼 다른 돈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도 수표 계좌추적을 통해 돈을 남겼다고 주장하는 것은 비열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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