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 스탠더드]「임원배상보험」아시나요?

  • 입력 1999년 7월 22일 19시 13분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97년 말 경쟁적으로 내놓은 ‘임원배상보험’은 강화된 소수주주권이 재벌 지배주주의 고민거리로 등장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지난해 6월 제일은행 임원들이 한보철강에 대한 부당대출로 소액주주에게 400억원을 물어주라는 판결이 나온 이후 이 보험을 들어주지 않으면 이사를 맡지 않겠다는 임원들이 크게 늘었다.

삼성 LG화재 등 대그룹 계열 손보사들이 각각 20∼80개 법인을 고객으로 확보해놓고 있다. 개인별로 가입하지 않고 대개 등기이사 5∼10명씩 법인단위로 가입한다. 보험가입 사실이 소액주주들에게 새나가면 크고 작은 소송사태로 번질 우려가 있어 고객리스트는 일급비밀로 간주된다.

보험료는 보험금 한도에 따라 달라지지만 중소기업은 수천만원대, 대기업이나 금융기관은 일시불로 수억원대에 이른다. 대규모 기업들은 보험금 규모가 천문학적이기 때문에 여러 손보사가 공동으로 수주하고 대한재보험에 재보험을 든다.

소액주주 운동이 일천한 국내에서 아직 대규모 배상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미국 등 주주권이 강한 선진국에서 수천만달러 배상판결은 다반사로 일어난다. 미국 경영자문사인 와이어트사가 96년 1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임원 관련 소송을 조사한 결과 1년동안 797건의 각종 소송을 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중 주주가 제기한 소송은 47%였다.

국내 손보사들은 임원배상보험을 운용하기에 앞서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집중 연구했다. 그러나 경영책임에 대한 법원의 판례가 없어 ‘위험 측정’ 작업이 어려웠다. 특히 업종별로 기업 경영 양상이 다른 데다 회계장부를 곧이 곧대로 믿을 수 없는 것이 장애요인이었다.

LG화재 임원배상 약관은 △임원이 개인적 이익을 챙겼거나 뇌물 등 부정행위에 관련이 있는 때 △계약이전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환경오염 원자력위험에 관련된 손해배상 청구는 보상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임원들이 면책을 입증하기 위해선 이사회에서 적극적인 활동하고 이를 의사록 등에 물증으로 남겨놓아야 한다”며 소수주주 운동을 계기로 지배주주의 ‘거수기’에 그쳤던 이사회가 점차 활성화하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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