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인 북]「한국 여성의 노동과 섹슈얼리티」

  • 입력 1999년 7월 9일 19시 30분


▼「한국 여성의 노동과 섹슈얼리티」김경애지음/풀빛/328쪽/1만5천원 ▼

직장생활을 하는 이 땅의 기혼 여성들. 그들의 하루하루는 전쟁과도 같다. 기혼 여성의 노동(노동시장)참여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가? 거기엔 어떤 장애물이 놓여 있을까?

기혼여성의 노동 참여에 영향을 끼치는 여러 요인들을 고찰한 책이다. 특히 ‘남편’이라는 요소(부부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저자는 여성학자이자 동덕여대교수. 주로 도시 빈민층 기혼여성을 상대로 10년에 걸친 현장조사와 사례 연구를 통해 이 책을 펴냈다.

이 책은 기존 연구의 통념을 뒤집는다. 가사노동이나 자녀양육 문제가 기혼여성의 사회참여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이라는 것이 기존 시각. 그러나 저자는 이보다 남편의 통제, 즉 가부장제의 통제가 더 큰 제약이라고 주장하면서 현장조사를 통해 이를 검증해보인다.

여성이 아이를 집에 두고 외출할 수는 있어도 남편이 집에 있을 때 외출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통계, 기혼 여성들이 그래서 일요일에 모임을 갖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는 통계 등을 근거로 제시한다.

남편들이 왜 이렇게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거부하는 것일까? 아내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부정을 저지르지 않을까 하는 남편들의 내면심리, 남편으로서의 가정 내 권위가 떨어질 것에 대한 우려 등을 그 이유로 꼽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기혼여성이 가외(家外)노동 참여를 늦추지는 않는다. 그것은 사실 남편의 통제에 대한 저항이기도 하다. 결국 부부관계의 갈등, 가족의 위기, 사회의 위기로 이어진다.

저자는 또 기혼여성이 노동에 참여한다고 해서 모두 그 지위가 향상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기본적으로 부부관계가 평등할 때, 즉 남편이 여성의 사회참여에 긍정적 혹은 적극적일 경우에만 여성의 지위가 향상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여성의 노동 참여를 부부관계의 관점에서 바라본 것이다. 노동시장 자체의 성차별에 중점을 두었던 기존 연구와 그 접근법이 다르다. 또한 생존을 위해서라면 가족 구성원 모두가 노동에 참여할 수 있다는 지금까지의 견해도 어느 정도 극복하고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는 가족 전체의 경제적 이익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가정 내 권력자(즉 남편)의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된다는 시각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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