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도시의 과학자들」/도시의 현재와 미래

  • 입력 1999년 7월 2일 19시 22분


■「도시의 과학자들」제임스 트레필 지음, 정영목 옮김 / 지호 334쪽 1만2000원 ■

서기 2050년, 우리의 도시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 인간의 욕망이 빚어낸 자연 파괴, 교통체증, 번잡함 등 지금 우려하는 것들이 여전히 어두운 그림자로 남아 있을 것인가.

이 책은 그렇지 않다고, 우리 도시의 미래는 밝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현대 도시를 가능하게 해준 주요 테크놀러지와 그 역사를 밝혀내고 이를 바탕으로 도시의 미래를 전망한 책이다. 원저는 미국에서 94년에 발간됐다.

물리학자인 저자는 미국의 조지메이슨대 교수이자 과학저널리스트. 어려운 과학이론을 유창하면서도 알기 쉽게 소개하는 글로 정평이 나 있다. 이 책 역시 쉽고 흥미롭다. “나는 끝까지 과학자 특유의 자만심을 고수할 생각”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과학자로서의 자신감이 넘쳐흐른다. 도시건축 테크놀러지라는 전문적인 분야를 다루면서도 마치 공상소설을 쓰듯 재미있게 풀어나간 글솜씨가 돋보인다.

저자는 우선 ‘도시는 악, 시골은 선’이라고 하는 이분법을 배격한다. 땅을 밀어버리고 콘크리트 도시가 등장했다고 해서 도시를 생태계의 끝으로 볼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생태계의 시작으로 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시도 자연의 일부라는 말. 고층빌딩 숲이 비둘기와 같은 새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생활조건이라는 사실이 대표적인 예다.

저자는 이러한 전제 위에서 철저한 과학자의 시각으로 도시의 테크놀러지를 해부한다. 강철이 개발되면서 20세기 도시건축은 획기적인 변화를 맞는다. 튼튼한 철제 I빔 덕분에 도시는 마천루의 숲이 되어버렸다. 하늘로 치솟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실현된 것이다. 그리고 교각에 혁명을 불러일으킨 현수교 역시 강철 덕분이었다. 이같은 이야기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박진감 넘치는 과학상식이며 건축상식이다.

이 책에서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은 도시의 미래에 대한 전망. 이 대목에 이르면 저자의 글은 더욱 경쾌해진다. 2050년경이 되면 900m 높이의 200층짜리 초고층빌딩이 들어서고 사람들은 자기부상열차를 타고 도시를 오간다. 우주도시도 만들어질 것이다. 그때 우리의 도시는 지금보다 훨씬 조용하고 질서가 있을 것으로 낙관한다.

저자에 따르면 테크놀러지의 발전에 힘입어 우리가 원하는 도시는 어떤 것도 다 만들어낼 수 있다. 다만 인간이 당장 적응할 수 없기 때문에 잠시 보류할 따름이다. 200층짜리 건물은 바람에 위험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좌우로 15m씩 움직이게 해주면 된다. 기술상의 문제는 없다. 고층 건물이 심하게 흔들리면 사람들이 멀미를 하기 때문에 적응 기간이 필요할 뿐이다.

저자는 이렇게 끝맺는다. ‘테크놀러지. 이것이 도시를 이끌어왔고 앞으로도 이끌어갈 것이다. 그래서 새 천년에도 도시는 건재할 것이다.’

이 책에서 거론하는 내용 하나하나는 유익한 상식이고 정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흡인력은 만만치 않다. 유려한 번역도 한몫 한다.〈이광표기자〉kp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