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차선을 지키자]교차로통과에도 예절이

  • 입력 1999년 6월 20일 20시 58분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성모병원 앞 교차로.

반포대교에서 서초경찰서 쪽으로 가는 차들이 밀려 더이상 진행할 수 없는 데도 직진신호라는 이유로 뒷차들이 계속 꼬리를 물면서 교차로 한가운데를 점령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호가 바뀌자 삼호가든아파트단지 쪽과 그 반대편인 국립묘지쪽으로 향하는 차들이 교차로 안으로 밀고 들어가면서 차들이 서로 엉켜 한동안 ‘마비상태’가 계속됐다.

여기저기서 경적과 욕설이 쏟아졌다. 게다가 반포대교에서 경부고속도로 인터체인지 쪽으로 좌회전하려는 차들까지 가세해 교차로는 온통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렸다.

기본적인 ‘교차로 예절’이 실종된 대표적인 경우이다.

교차로에서는 ‘한번 신호로 교차로를 통과하지 못할 것 같은 경우 신호가 들어오더라도 교차로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다음 신호를 기다려야 한다’는 게 상식.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피차가 손해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운전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도심지의 교차로에서 꼬리물기로 인한 이같은 뒤엉킴을 경험했을 것이다.

서울경찰청은 교차로안에서의 뒤엉킴을 예방하기 위해 94년부터서울시내의 혼잡한 교차로 260여개소에 ‘정차금지지대’를 설치해 운영중이다.

도로교통법은 ‘교차로에 들어가는 모든 차량은… 중략… 다른 차의 통행에 방해가 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정차금지지대에 들어가선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가는 차량이 교차로 건너편 정지선을 완전히 통과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될 경우 직진신호가 들어와도 교차로에 진입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위반자에게는 무거운 범칙금(승합차 6만원, 승용차 5만원)까지 물게 하고 있다.

그러나 당국의 무관심으로 위반자에 대한 단속은 물론 정차금지지대의 관리마저 부실한 게 현실. 운전자 역시 정차금지지대가 뭔지 모르거나 알고도 무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청계천 일대 등 일부 교차로에는 정차금지지대 표시선이 아예 지워졌거나 거의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교통전문가 임양재씨(‘교통문제 그 해답을 찾는다’의 저자)는 “형식적인 단속이나 계도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안된다”며 “교차로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해 적발되는 운전자는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 교통지도과 관계자는 “위반차량이 너무 많은 데다 교통흐름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어 단속보다는 계도에 치중하고 있다”며 “차량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카메라 도입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교통전문가들은 “위반자를 엄격히 처벌하는 한편 통행량에 따라 운행 차선과 신호를 적절히 조절하는 탄력적인 교통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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