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미스터]현대판 토정비결「안전신호등 지도」

  • 입력 1999년 6월 20일 19시 47분


서울 강남에서 시청쪽으로 출근하는 김태형씨(32)는 요즘 버스를 이용한다. 지하철도 ‘사절’. ‘백화점 한강다리 비행기…. 다음엔? 불편해도 버스를 타야지.’

‘일시적 강박증’. 각종 사고와 질병으로 언제 어디서 위험에 빠질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정상적 행동을 막는 것이다. 외출시 가스누출이 걱정돼 두세번씩 들락날락하는 행동도 같은 맥락.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류인균교수는 “90년대 이후 대형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김씨와 같은 증상의 환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위험의 시대

통계청에 따르면 불의의 사고 사망자가 하루평균 73명. 일주일에 한건씩 삼풍백화점 붕괴사고(502명 사망)가 일어나는 셈.

또 98년 한해동안 서울시 인구 1027만496명 중 70만9184명이 ‘119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직행. 이유는 △고혈압 등 만성질환 △위경련 등 급성질환 △낙상 등 사고부상 △교통사고 등. 개인은 14.4년마다 한 번씩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에 노출이 되는 셈.

한국인 평균수명은 71.5세. 일생동안 다섯 번 이상은 ‘위험요소’에 노출된다는 분석이다. ‘위험의 시대’다.

‘미즈&미스터’는 서울시소방본부가 집계한 ‘98년 119 구급차 이용현황’ 중 생명에 위협을 받는 환자통계를 기본자료로 통계청의 각종 통계를 참고해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신현암수석연구원과 함께 ‘안전신호등 지도’를 만들었다.

★현대판 토정비결

‘여름엔 물조심, 겨울엔 불조심’. 평범하지만 중요한 ‘생활의 지침’으로 통한다. 그런 의미에서 ‘안전신호등 지도’는 현대판 토정비결.

천수를누리는법.‘어릴 땐 급성질환, 늙어선 만성질환 조심’.

연령별로 가장 조심해야 할 위험요소는 급성질환(소년기)→사고부상(청소년기)→교통사고(청장년기)→만성질환(중년기 이상)의 순. 40대는 급성질환, 50대는 만성질환이 적신호. 특히 30대는 추락 상해 산재 교통사고 등 사고가 많다.

★마(魔)의 시간은?

질병과 사고가 집중된 시간대는 활동인구가 많은 오후 2∼4시. 제일 적은 시간은 새벽 4∼6시. 낮엔 만성질환, 밤엔 급성질환을 각각 조심해야.

‘오후엔 움직이는 금속을 피하라’. 퇴근 등으로 차량이 몰리는 오후 4∼10시에 교통사고가 집중되며 새벽 2시까지 잦은 사고가 이어진다. 승용차는 오전 0∼2시, 자전거 오토바이는 오후 4∼6시에 사고율이 높다.

★직장인은 월목요일 조심

‘월요일 주의보’ 발령. 월요일에 사고와 질병이 가장 많이 발생. 특히 고혈압 발병이 집중돼 있다. 회사원 등이 긴장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목요일에 두번째로 질병 발생이 많은데 주말에 대한 기대감으로 정신적 피로도는 떨어지지만 육체적 피로도는 정점에 이르기 때문으로 미국학자들이 분석한 바 있다. 정리해고 감원 등 불안에 시달린 회사원이 질병에 많이 시달렸다.

교통사고 사고부상은 주말에 몰린다. 장거리 운행이 많은 토요일에 교통사고 발생수가 가장 높았다. 추락 낙상도 등산을 하는 주말에 몰렸다.

★강남이 좋다?

서울 한강 남쪽 지역과 아파트 밀집 지역이 ‘안전지대’. 강북(중구 종로 마포 용산구)이 적색 물결인 반면 양천 송파 강남 강동구는 상대적으로 초록색이 많다. 강북의 질병사고는 한강 이남의 두배가 넘었다. 아파트단지가 많은 지역(도봉 강남 송파구)도 일반주택 밀집 지역(구로 마포 종로구)보다 위험요소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한편 교통사고 위험은 서초 강서구 등 외곽진입로나 톨게이트가 많은 지역이 높았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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