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전진우/조폐(造幣)

  • 입력 1999년 6월 10일 19시 27분


기록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돈다운 돈이 처음으로 모습을 보인 것은 10세기말이었다. 고려 초기인 성종 15년(996년), 당시 왕조가 지배체제 정비의 일환으로 주조해 유통시킨 철전(鐵錢)이 그것이다. 그로부터 1세기가 지난 1097년(숙종 2년)에는 최초의 조폐기관이라 할 주전관(鑄錢官)을 두어 동전인 해동통보(海東通寶)를 발행했다 하니 우리 조폐의 역사도 어언 900년을 넘어선 셈이다.

▽지폐, 즉 종이로 만들어진 화폐의 유통은 7∼9세기 종이를 발명한 중국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말 닥나무 종이로 만든 저화(楮貨)가 선을 보였으나 조선조 이후에는 엽전인 상평통보(常平通寶)가 주된 화폐였다. 그러나 1876년 개항(開港) 이후 외국과의 통상거래가 빈번해지면서 근대적 화폐의 필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1883년 상설 전문 조폐기관으로 전환국을 설치하고 새로운 금화와 은화를 제조했다.

▽오늘과 같은 화폐가 발행되기 시작한 것은 1909년 일제(日帝)가 한국은행을 설립한 이후. 한국은행은 한일합병후인 1910년 12월부터 화폐 발권을 시작했다. 이듬해 조선은행으로 이름이 바뀌었던 한국은행은 1950년6월 제 이름을 다시 찾았고, 1951년 10월 한국은행권의 인쇄와 주조를 전담할 한국조폐공사를 설립했다. 처음 부산에 있던 조폐공사는 1973년 4월 지금의 대전으로 옮겨왔다.

▽1년에 돈을 만드는 데 드는 돈만 700억원(98년말 기준)에 이른다. 돈을 인쇄하고 동전을 찍어내는 한국조폐공사의 직원수는 현재 1490명인데 지난해 말과 올초 파업 진통을 겪으면서 445명이 나간 수라고 한다. 그런데 그 파업을 검찰이 유도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지금 나라 안이 다시 시끄러우니 원….

전진우<논설위원>young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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