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아사히신문 학예부차장 구마모토 신이치

  • 입력 1999년 1월 3일 19시 18분


“일본대중문화의 특성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곤란해진다. “너무 다양해서 한마디로 말할 수 없는 것이 특징”이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대중문화라고 불리는 분야에 해당되는 일본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시장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정리된 통계도 없다. ‘일본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5조엔 시장, 주변사업을 포함하면 11조엔 시장’이라는 문헌은 있으나 그 대상이 한국에서 말하는 ‘대중문화’와 완전히 중복되지는 않는다.

단 분야별로 보면 가장 크고 다양한 시장이 방송인 것은 틀림없다. 그 규모는 약 3조2천억엔(97년)에 달한다. 최근에는 위성방송이 부쩍 성장했다. 방송위성(BS)을 사용하는 NHK의 시청가구는 1천만, WOWOW는 2백50만을 돌파했으며 통신위성(CS)을 통한 디지털방송인 스카이퍼펙TV와 디렉TV의 가입자도 계속 느는 추세다.

다음으로 한국에서도 일부 상영이 개방된 영화산업의 경우 97년 일본에서 개봉된 영화는 6백11편(일본영화2백78편), 흥행수입은 1천7백72억엔이었다. 기울어가던 일본영화가 회복된 배경에는 1백억엔 이상의 배급수입을 기록한 애니메이션 ‘원령공주’의 공전의 대히트가 있었다. 지난해에도 배급수입 1위를 기록한 것은 애니메이션인 ‘포켓 몽스타/뮤트의 역습’이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입장료, 비디오대여점의 증가로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관객은 줄어드는 추세다.

대중음악의 경우 95년 연간 매출액 7천2백97억엔을 피크로 급감추세가 이어졌으나 97년에는 조금 늘어났다. 대히트작 덕분이다.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B’z’가 낸 2장의 베스트앨범은 모두 1천만장이 넘게 팔렸다.

일본의 대중문화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게 애니메이션과 게임이다. 미츠비시 종합연구소는 게임 만화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일본의 캐릭터시장이 96년 2조6천억엔으로 성장했다고 추정했다. 이 금액은 PC의 연간 출하액을 상회하며 국내 총생산의 0.5%를 차지하는 것이다. ‘만화(잡지 책)―애니메이션(영화 TV 비디오)―캐릭터(완구 문구 과자)’라는 ‘히트의 삼각구도’는 현재 게임을 더한 ‘사각구도’가 되어 더욱더 성숙한 시장을 형성해가고 있다.

일본에서는 초등학생이 있는 가정의 90%가 게임기를 가지고 있다. 이는 80년대 이후 닌텐도 세가 소니 등 3대 게임업체가 신기종을 둘러싼 패권다툼을 전개해온 결과다. 게임분야에서 요즘의 ‘키워드’는 ‘커뮤니케이션’이다. 게임기가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도구라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일례로 세가의 가정용 게임기 신제품은 인터넷과도 접속할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울 정도다.

인적교류, 대중문화의 왕래를 국경으로 가로막는 것은 불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한국의 일본 대중문화 개방정책에 의해 한·일 관계에, 아니 세계에 새로운 문화의 바람이 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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