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탠더드시대]유산 25% 남기는 사람들

입력 1998-12-08 19:50수정 2009-09-2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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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식축구팀 레드스킨스의 구단주였던 억만장자 잭 켄트 쿠크. 지난해 4월 84세를 일기로 세상을 뜰 때까지 유언장을 8차례나 고쳐썼다. 40세 연하의 부인이 바람을 피우고 외아들이 못마땅한 일을 할 때마다 상속항목을 하나둘씩 지워버리는 것으로 분풀이를 했다.

기독교 1백주년기념사업회 김경래(金暻來·71)사무총장도 벌써 15번이나 유언장을 고쳐 썼다. 가족에 대한 분풀이가 아니다. ‘유산남기지 않기운동’ 회원으로서 강령을 실천하는 것이다.

올 정초에 써서 양복 안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유언장에는 집과 땅, 1만권의 책과 골동품 몇 점이 갈 곳이 적혀있다.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뜻도 적어놓았다. 말미엔 “장례식은 집에서 밝은 노래 속에서 치르도록 하고 부고는 돌리지 말라”는 당부도 해두었다.

84년 기독교인 서너명이 모여 시작한 이 ‘운동’의 회원은 현재 4백26명. 대부분이 중소기업 경영인과 변호사 의사 교수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다. “내가 모은 재산은 스승 선배 동료들과 사회의 도움으로 가능했던 것이니 사회에 돌려주고 간다”는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다. 손봉호(孫鳳鎬)서울대교수 이영덕(李榮德)전총리 이한빈(李漢彬)전부총리 등이 가입한 것은 이미 알려져있지만 회원명단은 비밀.

실천강령은 세가지다. 해가 바뀔 때마다 유언장을 새로 쓰기, 유족이 남에게 폐끼치지 않고 살 수 있도록 유산의 4분의1만 남기고 나머지는 사회에 환원하기, 이 운동이 누룩처럼 소리없이 번져가도록 이웃에게 권하기.

올초에 세상을 뜬 중소업체 사장 최모씨의 1백억원 가량의 재산은 유언에 따라 장학재단 복지시설 농아학교 등에 기증됐다. 빌딩임대업자 백모씨의 빌딩과 대학총장을 지낸 유모씨의 재산 역시 모교와 종교단체 그리고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본부에 기부됐고 유족에겐 집 한채만 돌아갔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상속문화가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산 1% 기증 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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