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흰쥐를 검은쥐로 수리」在美 윤경근교수

  • 입력 1998년 12월 1일 19시 32분


유전자변이로 흰색이 된 쥐를 유전자 수리(修理)를 통해 다시 검은 쥐로 되돌아가게 하는 실험에 성공, 세계적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은 미국 토머스 제퍼슨 의대교수 윤경근(尹慶根·50)박사. 30일 오전 어렵게 그와 전화가 연결됐다.

전화선을 타고 흐르는 음성은 여자목소리였다. 이름만 봐서는 영락없는 남자여야 했다. 그 자신도 인터뷰도중 “부모님이 사내아이를 매우 바랐던 모양”이라면서 웃었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유명해져 있는지를 모르고 있었다. 오랫동안 접촉이 없었던 한국, 특히 한국언론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인 이유를 먼저 물었다. 생물공학 학술지인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러지 최신호에 그가 발표한 논문이 추수감사절 연휴기간 중 AP와 AFP와 같은 유수한 통신사를 타고 전세계에 화제가 되고 있는지를 몰랐던 것이다.

윤교수는 그만큼 연구에만 몰두하는 과학도였다. 그는 “유명해지는 것을 원치 않으며 다만 좋은 과학업적을 남기고 젊은 과학자들을 제대로 배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과학의 길을 걷는 미국인 남편 사이에 두딸을 둔 윤교수는 특히 한국 학생들에게 세계 생화학계의 수준 높은 교육 기회를 열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론으로서만 제시됐던 유전자 수리기법의 유효성을 쥐를 통해 입증한 이번 실험이 그에게도 상당한 자신감을 불어넣는 계기가 된 듯했다.

윤교수는 “4년전 처음 이 이론을 발표한 이후 학계에서 수많은 논란이 제기돼 왔다”면서 “이것은 그동안 나쁜 유전자 전체를 새로운 좋은 유전자로 바꾸려고 시도하고 있는 기존 접근법과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접근법은 유전자 대체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유전자 중 문제된 부분만을 유전자 자신의 정상적인 수리기능을 이용해 고쳐나가는 것으로 기술적으로 난해,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왔다.

미 과학계는 윤박사의 실험 성공으로 유전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도 큰 부작용없이 자신의 유전자 수리기능을 통해 질환을 치료하고 결함유전자의 유전을 예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윤교수는 “지금까지 유전자학을 연구해온 사람들이 주로 생물학에서 학문을 시작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유전자 수리가 어렵다고 봤지만 내 경우는 물리화학에서 학문을 시작했기 때문에 접근법이 다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대화학과를 졸업하고 70년 도미(渡美)한 그는 UC 버클리대에서 화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하버드대에서 생물학을 공부하면서 학문의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다. 그뒤 제약회사를 공동창업하는 등 폭넓은 경험을 쌓아온 그는 4년전 제퍼슨 의대에 정착, 본격적인 연구에 정진하고 있다.

이미 4가지 특허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윤교수는 그가 창안한 유전자 요법의 개발과 관련, 미 연방정부로부터 8백여만달러의 연구기금을 지원받고 있다.kyonggeun.yoon@mail.tju.edu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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