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허갑범/생명과학 경쟁력 갖추려면…

  • 입력 1998년 11월 26일 19시 39분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1년이 지나면서 대부분의 민간기업들이 연구개발 투자를 줄이고 있고 대학의 실험실도 연구비 지원을 받지 못해 일손을 놓고 있다는 소식은 21세기 무한경쟁을 앞둔 우리들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외국에서 우수한 교육과 훈련을 받고 유치된 고급 두뇌들이 미국등 다른 나라로 일자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는 최근의 언론보도도 있었다.

특히 정부가 생명공학연구소 등 정부출연기관을 통하여 추진하던 몇가지 야심찬 프로젝트마저 재정난으로 포기하고 있다는 소식은 우리 과학기술의 앞날을 매우 어둡게 하고 있다. 한마디로 지식정보화 사회로 특징지어지는 21세기는 생명과학을 비롯한 과학기술의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 우수 임상학자 확보를

이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일부 대학의 연구소와 중소기업들이 산학협동을 통하여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상품화함으로써 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때에는 기쁨과 함께 연구개발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절감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성과들이 많은 재정적 지원보다는 그 속에 누가 있느냐와 그들이 얼마만큼 확고한 의지와 도전 정신을 가지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

과학기술연구 중에서 우리가 주목하여야 할 분야는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생명과학 분야다.

한국 신약개발연구조합의 분석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히트한 1백개 신약의 품목당 순이익은 국내 자동차업계가 3백만대를 팔아 얻는 순이익과 맞먹는다고 한다. 신약뿐만 아니라 각종 의료기기 인공장기 유전공학 등 많은 분야가 우리들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생명과학의 중요한 분야인 의과대학의 과감한 구조개혁과 학제의 개편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의과학과 인접 학문과의 접목을 통해 우수한 의과학자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다른 학문을 전공한 사람이 의과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하는 4+4학제, 즉 복수전공제가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또 연구기능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현재 검토되고 있는 전문대학원 제도가 반드시 관철되어 대학원을 이원화함으로써 의 이학박사 학위(M.D, Ph.D)제도를 확립하여 우수한 임상 의학자들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제도의 개혁은 많은 재원을 들이지 않고도 현재의 의과학자들에게 연구의욕을 불어넣고 다양한 지식을 가진 의과학자들을 배출함으로써 생명과학의 대도약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의 하나다.

지금까지 생명과학분야에서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부가가치가 높은 연구성과를 올린 학자들은 거의 임상분야의 학자들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연구중심 대학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생명과학분야의 대학원은 많으나 연구중심 대학은 별로 없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 대학의 실정이다.

연구중심 대학이 되려면 우선 대학의 교수들이 근본적으로 연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연구역량을 극대화하여야 한다.

따라서 현행의 박사학위 과정과 학위수여기준은 재평가되어야 하며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연구중심 대학의 박사학위는 반드시 국제적으로 공인을 받는 학술잡지에 실린 논문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붙여 격을 높임으로써 일반 대학의 학위와 구분할 필요가 있다.

▼ 연구중심대학 키워야

이렇게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대학에 대해서는 정부가 정책적 재정적으로 지원을 해주고 생명과학에 대한 획기적인 연구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준다면 훌륭한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과학기술의 연구는 훌륭한 목표를 정하여 오랜 기간 중단없이 지속되어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현재 우리는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지만 어려울 때일수록 마음을 새롭게 가다듬고 생명과학분야 연구의 우선 순위를 정하여 우리 특유의 도전정신을 발휘함으로써 21세기 국제경쟁의 대열에 나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명과학과 관련된 대학의 과감한 구조조정과 학제의 개편을 통해 우수한 연구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허갑범(연세대 의대교수/대통령주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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