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스탠더드 라이프]깨끗한 환경 주민들이 앞장

  • 입력 1998년 11월 15일 20시 08분


96년 여름 오스트리아 빈에 들렀을 때의 일이다. 차내에서 시동을 켠 채 에어컨을 틀어놓고 있었더니 지나가던 한 부인이 “왜 시동을 끄지 않느냐”고 나무랐다. 유럽에서도 특히 친철하다고 소문난 오스트리아 사람이 다짜고짜 야단치는 걸 보니 당황스러웠다. 그 부인은 “대기오염이 심해지니 정차했을 때는 시동을 꺼야 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사실 오스트리아는 적은 인구에 풍부한 삼림 덕에 공기가 매우 깨끗한 곳이다. 잠깐 나오는 매연에 과민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는 나라다. 하지만 환경에 대해 평소에도 끔찍이 생각해 외국인에게까지 그런 반응을 보였던가 보다.

프랑스 파리에 근무하던 시절 프랑스 사람들이 거의 예외없이 차의 시동을 걸자마자 출발하는 것으로 보고 의아해했다. 처음에는 그 사람들 성질이 급한 때문으로 생각했는데 기름을 절약하고 공해를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목적이란 걸 나중에 알게됐다.

98년 8월에 귀국해서 보니 아파트 단지에는 원격시동장치를 장착한 차가 많았다. 집안에 앉아 차의 시동을 걸어놓고 5분 가량 지난뒤 내려와 출발하는 식이다. 여름에는 타자마자 에어컨이 시원하게 돌아가도록 하고 겨울에는 차안을 미리 훈훈하게 해두려는 것. 하지만 차 엔진이 공회전하는 동안 발생하는 매연이나 소모되는 기름은 어떻게 할까.

쾌적한 환경을 내세워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 세계의 관광전략 중 하나인데 우리의 자랑이었던 가을하늘은 왜 늘 회색빛 공해에 찌들어 있는가.

한국에 와서부터 네살박이 아들 석현이는 기침을 해댄다. 공해가 심해진다고 홀짝운행을 들먹이며 시내버스를 전기차로 바꾸는 등 법석을 떠는 파리가 생각난다.

황국환(수출입은행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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