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8년 퀴리부인이 처음으로 방사능원소를 분리하는 데 성공한 후 과학자들은 약 40종의 방사성 물질을 발견했다. 여기서 나오는 방사선을 이용해 X선 촬영을 하거나 암을 치료하고 핵 분열이나 융합 때 나오는 열로 원자력에너지를 만들어 평화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핵폭탄도 같은 원리로 만들어진 것이다. 방사선을 쪼이면 고기가 상하지 않아 오래 보관할 수 있고 운송중인 식용 감자에서 싹이 나오지 않게 된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방사선은 일상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그러나 방사선은 적절하게 통제되지 않을 때 엄청난 비극을 초래한다. 87년 여름 브라질의 한 지방보건소에 도둑이 들어 세슘이라는 방사성물질이 들어 있는 치료기를 훔쳐 고물상에 판 사건이 대표적 예. 어둠속에서 파란빛이 나오는 신기한 모습을 구경한 주민 2백60명이 방사능에 피폭됐고 이 중 30명이 사망했다. 국제적으로 방사성물질 관리에 경종을 울려준 사건이었다.
▼이번 원자력병원에서 도난당한 방사능물질중에는 바로 이 세슘도 포함되어 있다. 방사선을 쪼이면 생식기능이 떨어지고 암에 걸리거나 심할 경우 즉사하기까지 한다. 비록 일부는 회수됐지만 이렇게 위험한 물질이 무방비적으로 관리되고 있었다니 아찔하다. 90년 이후 같은 유형의 사건이 국내에서 5차례나 발생했지만 관리당국과 사용자의 무신경은 고쳐지지 않았다. 놀라운 일이 계속되는 세상이다.
〈이규민 논설위원〉kyu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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