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연금 떼이고 날리고…

  • 입력 1998년 10월 26일 19시 03분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종금사 투신사 등 제2금융권의 퇴출금융기관에 3천억원의 기금을 투자해 이 중 상당액을 날리게 됐다는 보도다. 여기에다 주식에 투자했다가 최근 주가폭락으로 이미 4천5백억원대의 평가손을 입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다수 국민이 노후를 위해 붓고 있는 보험의 기금운용이 이처럼 방만하고 서툴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국민연금의 기금총액은 8월말 현재 33조7천억원이다. 이 중 도로 항만건설 등 공공부문에 약 22조7천억원, 양로원이나 어린이집 건립 등 복지부문에 1조2천억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나머지 약 9조7천억원을 금융부문에 투자하고 있다. 공공부문 투자는 그동안 정부가 ‘주머니 돈’처럼 싼 이자로 빌려가 문제가 됐다. 다행히 올해부터 공공부문 예탁금리를 국민주택채권 1종의 유통수익률(2·4분기 14.83%)수준으로 높이는 등의 개선으로 문제점이 해소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정부에 투자하는 것은 가장 안전한 투자라는 점에서 무조건 백안시할 일도 아니다.

문제는 이자가 싼 복지부문 투자와 위험이 따르는 금융부문 투자다. 현재 복지부문 투자가 너무 싼 이자로 이뤄지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대목도 없지 않으나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이런 식으로 투자를 계속할 수는 없다. 이자율을 높이면서 점차 투자액을 줄여나가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금융부문 투자는 투자에 따르는 위험을 감안하지 않을 수는 없으나 문제는 툭하면 ‘떼이고 날리는’ 식의 투자가 계속되고 있다는 데 있다. 관리공단은 그 돈이 어떤 돈인지를 명심하고 당장이라도 가입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기금운용의 투명성과 투자의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또한 무리한 투자로 손실을 볼 경우 철저히 책임을 묻는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보다 심각한 문제는 가입자 들의 불신확산이다. 지금 시중에서는 ‘기금 고갈로 연금을 못받게 된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최근 보험료체납이 늘어나고 사업주가 보험료납입을 하지 않은 채 휴폐업 또는 도산하는 바람에 연금혜택을 제대로 못받는 근로자가 18만명에 이르는 등 안타까운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관리공단측은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저부담―고급여체제’가 ‘적정부담―적정급여체제’로 바뀌어 기금고갈문제는 자연히 해소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관리공단은 가입자들 사이에 퍼지고 있는 불신감을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된다. 만약 이런 불신감이 계속 확산되면 국가보험인 국민연금 자체가 흔들릴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도 차제에 기금관리 운영 전반을 재점검,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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