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음악극 「인간 리어」야외무대

  • 입력 1998년 10월 20일 18시 52분


천지에 내려앉은 어둠이 눈을 가린다. 그러나 해가 있는 동안 둔하기만 했던 귀와 코 피부의 감각들은 한껏 열려, 먼 데 개 짖는 소리와 밤이슬 맞는 풀내음, 바람의 결까지 음미하게 한다.

25일까지 매일 오후7시 축제극단 무천의 ‘인간 리어’가 공연되는 경기 안성군 죽산면 용설리 무천캠프 야외극장. 극장의 인공적인 암전(暗轉)이 아닌 자연의 어둠이 이 무대의 기본조명. 머리 위로 이슬 가릴 천막 하나없이 지름 18m의 모래로 만든 원형무대와 객석은 자연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비가 와도 악조건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자연이 마련해 준 또하나의 장치라고 받아들이고 공연합니다.” 무천의 대표이자 ‘인간 리어’ 연출자인 김아라의 설명이다.

10년전 논 1천5백여평을 사들여 벽돌을 한장 한장 쌓아올리듯 야외무대를 만들어온 그는 지난해 첫 공연으로 ‘오이디푸스’를 선보인데 이어 1년만에 ‘인간 리어’를 무대에 올렸다.

자연속에서는 연극을 펼치는 방식도 달라진다. 일본 여성극작가 기시다 리오가 시적인 언어로 ‘리어왕’을 재구성한 ‘인간 리어’를 연출가는 음악극으로 창조했다. 그러나 김기영이 작곡한 음악은 피아노와 전자기타 대금 북 등 현장에서 울려퍼지는 악기소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딸에게 배신당한 뒤 “밤이로구나”하고 절규하는 리어왕 역의 남명렬, 큰딸의 세 분신역을 맡은 이경희 정지숙 권나연, 둘째딸 역의 노영화 등 열두명의 배우들은 자신의 몸통을 악기처럼 울려 대사를 ‘노래’하고 효과음을 만들어낸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남부터미널에서 15분마다 출발하는 죽산행 버스 이용, 터미널에서 공연장까지는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편도 2시간 소요. 02―764―3375, 0334―675―9472

〈죽산〓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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