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야당의 登院

  • 입력 1998년 10월 9일 19시 10분


국회 출석을 거부하며 장외투쟁을 벌여온 야당이 무조건 등원(登院)하기로 결정한 것은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국민의 뜻’에 따라 등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총재의 말처럼 다수 국민은 야당이 장외투쟁에만 매달리지 말고 국회에 들어가기를 요망해 왔다. 여당 또한 정치력을 발휘해 국회를 안정적으로 운영해 달라는 것이 국민의 요구라고 본다. 이제 여야는 민의에 부응하는 원내활동을 통해 국회와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야당의 등원 결정으로 정기국회는 개회 한달여만에 정상화할 수 있게 됐다. 1백일 회기 가운데 벌써 한달을 허송했으니 두달남짓 남은 회기 동안 여러 현안을 논의하고 처리하는 데 여야는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사정(司正)과 국세청 대선자금 모금 및 ‘판문점 총격 요청’ 혐의 수사를 둘러싼 정치적 쟁점뿐만이 아니다. 김대중(金大中)정부 출범 이후 첫 국정감사와 청문회 문제, 내년도 예산안 심의, 정부가 추가로 제출할 것까지를 포함해 모두 5백여건에 이를 법안의 처리 등 국회가 할 일은 태산같다.

그러나 국회의 앞날은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이총재는 ‘투쟁의 장(場)을 국회로 옮겨’ 계속 싸울 것임을 분명히 했다. 나아가 ‘총격요청사건 고문조작 의혹’과 김대통령측의 ‘대북접촉 의혹설’도 제기해 진상을 밝혀내겠다고 다짐했다. 여당은 국세청 모금과 ‘총격 요청’ 혐의에 대한 이총재의 사과를 거듭 요구하고 있다. 여야간 정쟁의 무대가 장외에서 장내로 옮겨질 뿐 어렵사리 가동되는 국회가 또 다시 정쟁으로 지새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이번 국회 정상화는 여야관계 재정립의 계기가 돼야 한다. 그동안 여야는 헌정사상 첫 정권교체에 따르는 새로운 관계를 확립하지 못한 채 표류해 왔다. 특히 ‘총격 요청’파문 이후 야당은 사법절차마저 부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고 여당은 야당총재를 정치파트너로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런 처사는 크게 잘못된 것이다. 여야는 훨씬 성숙되고 책임있는 자세로 상대를 대하고 의정에 임해야 한다. 그것이 여야관계 재정립의 출발점이다. 여야 영수회담도 그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은 심해지고 국내경제와 민생은 여전히 불안하다. 지난날의 과오는 철저히 시정하되 경제와 민생에 관한 현안은 그것대로 차질없이 처리해야 한다. 여야는 싸우더라도 국정은 국정대로 다루면서 싸우는 것이 옳다. 사법절차가 국회마비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사법절차와 국회는 분리돼야 마땅하다. 이번 국회 정상화가 여야에 짐지운 과제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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