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산 국제영화제의 성공

  • 입력 1998년 9월 29일 19시 11분


올해로 3회째인 부산 국제영화제가 풍성한 수확을 거두고 내일 폐막된다. 폐막보다 이틀이나 앞서 이미 관객 20만명 목표를 달성하는가 하면 영화제작 사전지원 프로그램인 부산프로모션플랜(PPP)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부산영화제가 광주비엔날레와 함께 지방자치단체가 주최하는 국제규모행사로 짧은 기간에 훌륭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은 우리 문화산업의 미래를 생각할 때 여간 고무적이지 않다.

이번 영화제는 33개국에서 1백66편이 출품됐던 지난해에 비해 41개국에서 2백12편이 출품돼 우선 양적인 면에서 크게 풍성해졌다. 세계 영화계의 강국인 미국 프랑스 일본 인도는 물론 중남미와 아프리카에서도 작품을 내놓았다. 중요 국제영화제 수상작도 30여편이나 상영됐다. 이것은 부산영화제가 세계 영화계에서 중요한 이벤트로 평가받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하루 평균 2만5천여명의 관객이 몰려들어 영화제의 열기를 한껏 고조시킨 것도 칸이나 베니스 영화제의 열기에 비해 결코 손색이 없어 보인다. 특히 영화제가 열리는 해운대와 남포동 거리는 영상세대인 젊은이들로 넘쳐 영화산업의 미래를 밝게 했다.

개방을 앞둔 일본영화가 국내 영화팬들의 큰 관심을 모은 점도 주목된다. 해방 이후 일본영화는 국내 상영이 금지돼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접할 수 없었다. 그러나 현정부의 일본 대중문화 개방 움직임과 맞물려 이번 영화제에는 13편의 일본 영화가 선보여 대부분 표가 매진되는 ‘이상현상’을 보였다. 일본 영화의 대부분이 수준 높은 작품이었다는 평가가 뒤따르는 것을 보면 앞으로 일본 대중문화는 저질을 피해 개방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 처음 시도된 부산프로모션플랜은 아시아지역 감독이나 제작자의 우수한 영화기획을 세계적 투자자나 배급업자와 연결시켜 주는 프로그램으로 앞으로 이 영화제의 활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최측이 선정한 16편의 영화를 상대로 1백80여건의 상담이 진행돼 좋은 성과를 올린 것은 앞으로 부산영화제가 아시아영화와 세계영화시장을 잇는 가교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할 만하다.

지난해 한국영화는 고작 37편에 2백30여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반면 외국영화는 4백31편에 6천9백만달러어치를 수입할 만큼 우리나라 영화산업의 무역역조현상은 심각하다. 부산영화제가 위축된 국내 영화산업을 활성화시킬 자극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대표적인 영화제로서 세계를 향한 아시아 영화의 관문역할을 하는 행사로 성장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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