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구직자 두번 울리는 취업사기 백태

  • 입력 1998년 9월 14일 19시 39분


‘10월 개장을 앞두고 업계 최고의 대우를 보장!’

올 8월 대학원을 졸업한 손모씨(25·광주광역시 거주). J골프장의 면접 광고를 떠올릴 때마다 ‘대졸 미취업’의 설움을 곱씹는다.

손씨가 PC통신에서 J사의 구인광고를 접한 것은 마감 이틀전인 이달 9일. 연락처가 따로 없어 ‘답답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접수 당일 면접 실시하니 정장을 입을 것’이란 구인정보에 그만 앞뒤 재볼 생각도 못하고 J사의 서울사무소로 달려갔다.

그러나 면접장에 나온 이 회사 직원들은 다짜고짜 “수습기간 3개월동안 골프회원권을 6장 팔아오라”고 반강제로 권유하는 것 아닌가.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수백원씩하는 회원권을 IMF시대에 어떻게 6장씩이나….

손씨는 “면접 대기실에 앉은 20여명의 지원자들에게 ‘어서 돌아가라’고 말하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참았다”고 털어놨다.

IMF한파로 ‘취업예비군’이 크게 늘어나면서 ‘구인’보다 구인을 미끼로 수익을 올리려는 악덕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특히 생활정보지나 지역정보지에 거짓 구인정보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 다음은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최근 제시한 대표적인 취업사기 유형 2가지.

▼교재구입 등 물품판매형〓전직 회사원 O씨는 한 생활정보지에서 ‘과장급 사무직 간부사원 모집’이란 광고를 보고 P사에 취직했다. 그러나 과장이란 자리를 얻기 위해 2천만원 상당의 교재를 구입해야 했다. 알고보니 P사엔 자신처럼 수천만원대 교재를 산 뒤 과장직을 단 사람들이 여럿이었다.

올 초 대학을 졸업한 P씨는 최근 ‘강사보조’라는 구인광고를 보고 어학원을 찾았다. 학원수강을 해야만 아르바이트를 알선해준다는 꾐에 빠져 교재대 명목으로 68만원을 내고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의내용이 어설프고 일자리도 알선해주지 않았다. 확인 결과 학원이 교재를 팔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썼다는 사실을 알았다.

▼교육비·회비 갈취형〓나레이터 모델(도우미)이 되고픈 K양. 4개월전 생활정보지 구인광고를 보고 한 도우미센터를 방문, 자격심사까지 받고 2개월 교육비로 70만원을 줬다. 센터에서는 교육중 아르바이트 알선을 장담했으나 K양이 맡은 일은 식음료 신제품 광고지나 나이트클럽 전단지 돌리는 것 등. 방송사 방청객으로 둔갑하기도 했다. 간혹 맡은 아르바이트도 일당의 30%는 소개비로 뺏겼다.

주부 A씨는 한 여성단체에서 운용하는 부업알선코너에 어린이 돌보는 일을 신청하면서 회원 가입비조로 5만원을 냈다. 그러나 두달동안 일을 소개해주지 않고있다. ‘회비를 내지 않으면 회원에서 제외한다’는 엄포에 달마다 꼬박꼬박 회비 5천원을 내는 실정.

소보원 거래개선팀 박용석차장은 “현실조건에 맞지 않거나 불가능한 광고에 현혹되는 것이 일단 문제”라며 “과장된 구인광고는 직업안전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기 때문에 지방노동청이나 경찰서에 제보해줄 것”을 당부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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