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의 무역장벽 쌓기

동아일보 입력 1998-09-11 19:41수정 2009-09-25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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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한국산 반도체와 철강제품에 덤핑판정을 내리는 등 아시아산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수입규제강화는 한마디로 값싼 아시아 수출상품에 대한 장벽쌓기다. 이같은 신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는 미국시장에 그치지 않고 유럽시장을 자극해 다른 선진국들이 다투어 수입장벽을 높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미국은 이미 컬러TV 전화교환기시스템 등 가격경쟁력이 있는 우리 수출상품들을 거의 모두 수입규제 대상으로 묶어놓고 있다. 8월말 현재 반덤핑과 상계관세 등의 규제를 받고 있는 제품만도 18개에 이른다. 그런데도 미국 상무부는 최근 한국산 D램에 대한 제4차 반덤핑 연례재심을 갖고 현대전자와 LG반도체에 대해 각각 3.95%와 9.28%의 최종 덤핑판정을 내렸다. 또 한국산 아연도강판에 대해서도 최고 1.47%의 덤핑 예비판정을 내린다고 밝혔다. 미국 업계차원에서의 사전 수입규제 움직임도 강화되고 있다.

물론 미국 산업계가 외환위기를 벗어나려는 아시아 각국의 수출공세에 위협을 느끼리라는 것은 짐작이 간다. 엄청난 규모의 무역적자도 신경이 쓰이는 대목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미국을 위해서나 세계경제를 위해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이 무역장벽을 쌓아서는 안되는 이유도 자명하다.

미국은 지금까지 신자유주의를 주창해 왔다. 이를 위한 자율변동환율 시스템과 자유시장 경제, 자본 무역의 전면개방을 전세계 모든 신흥시장에까지 강요해 왔다. 그것이 이른바 미국식 자본주의의 세계화 과정이었다. 그래놓고 그 부작용이 부메랑이 되어 미국으로 되돌아오는 듯 싶자 서둘러 무역장벽부터 쌓는다면 세계경제를 이끌고 있는 미국의 리더십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지금 세계경제는 대공황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다가오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어느 때보다 미국과 서방 선진국들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미국은 시장의 문을 닫아 걸려고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시장을 제공해야 한다. 또 그렇게 해야 할 책무도 있다.

미국은 29년 대공황 때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당시 미국은 관세율을 계속 끌어올리면서 이웃나라 ‘궁핍화 정책’을 썼다. 그 결과 세계 전체의 대재앙을 불렀다. 세계무역의 축소와 그에 따른 세계적 불황이 무엇을 결과했던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무역적자를 우려한 나머지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선다면 다시 한번 세계경제를 공황으로 몰아넣는 대실책을 범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이웃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극도의 자국이기주의에 빠져드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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