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학생 평가방식 새틀 짜야

  • 입력 1998년 8월 25일 19시 44분


중고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요즘 자녀 진학지도에 상당한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 올들어 대학입시와 고교교육 전반에 예기치 못한 변화가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대학입시 무시험 전형만 해도 수험생 입장에서는 어떤 식으로 준비를 해야 할지 막연하기 짝이 없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고등학교 객관식시험 폐지방침도 고교교육의 기본 틀을 바꾸는 혁명적 조치로 일선 학교에 큰 파문을 일으킬 전망이다.

그간 우리 교육이 암기식 주입식 수업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은 일차적으로 대학입시를 둘러싼 과열경쟁 때문이지만 그 이면에는 ‘사지선다형’으로 불리는 객관식시험의 폐해가 자리잡고 있다. 대학들은 가급적 말썽의 소지가 없는 입시방식을 원했고 대안으로 객관식시험이 뿌리내린 것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교육의 유연성을 빼앗아 문제풀이 위주의 기계적 교육을 양산했고 획일적 사고와 요행심리를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교육청의 객관식시험 폐지방침은 바람직하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교육의 화두(話頭)는 창의력 사고력 표현력이다. 우리도 이런 능력과 소양을 지닌 인재를 키워내지 못하면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 객관식시험의 폐지는 미래인재의 양성과 교육정상화를 위한 출발점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듯 이번 조치도 몇가지 면에서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먼저 학생들이 주관식시험에 적응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점이다. 이 제도가 처음 적용되는 중3학생의 경우 장기간 객관식시험에 익숙해져 있는 세대다. 새 방식이 요구하는 독서나 사고 표현능력이 아무래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토론식 문제탐구식 수업을 해본 경험이 없는 이들에게 갑작스러운 주관식시험은 큰 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교사들도 준비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대학마다 수많은 전문 채점요원이 동원되는 대입 논술시험에서도 매번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출제부터 채점까지 치밀하고 정교한 연구가 사전에 이뤄지지 않으면 시험결과를 둘러싼 파란을 차단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같은 우려를 기우로 돌리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학생들의 우열을 평가하는 방식을 크게 바꿔야 한다. 객관식에서 주관식시험으로의 전환이 시험방식을 바꾸는 것에 그친다면 별 의미가 없다. 평범하고 틀에 박힌 답안보다는 독창적인 답안을 높이 사주고, 점수보다는 인성 개성 체험을 중시하는 학생 평가방식의 새로운 틀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초중고교육이 새로운 평가시스템에 맞게 대변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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