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생각하며]김석철/「서울 21세기 비전」만들자

입력 1998-07-02 19:30수정 2009-09-25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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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밀레니엄을 앞둔 문명과 도시를 토론하는 ‘ANY세계회의’ 다섯번째 회의가 95년 여름 서울에서 열렸다. 세계적 학자와 작가들이 참여한 서울회의의 주제는 ‘21세기 도시비전’이었다. 그때 25년만에 신도시를 완성한 여의도와 4년동안 40만 주거 도시를 건설한 분당을 함께 둘러보았다. 모두가 짧은 시간에 이룬 대단한 성과에 놀랐다. 여의도와 분당은 질적 수준에서는 많은 문제가 있지만 불가능한 상황에서 기적적으로 이룬 도시개발인 것은 사실이다.

여의도와 분당이 우연히 된 것은 아니다. 1394년 3년만에 도시의 틀을 완성한 조선조의 수도 한양은 당시 세계 어느 도시보다 완성도가 높고 스케일이 큰, 유기적 질서가 뛰어난 신도시였다.

나는 ANY회의 이후 하버드대 대학원 및 베이징(北京) 칭화(靑華)대 대학원과 함께 동북아의 도시 연구를 하면서 2000년대 중국의 도시화가 얼마나 큰 역사적 사업인지를 실감하고 있다. 2020년까지 중국에 베네치아만한 도시 3천개가 건설될 예정이다. 선진국들은 도시화의 과정이 이미 끝났고 지난 수십년간 대규모 도시화의 경험이 있는 국가는 우리뿐이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철강과 조선, 메모리반도체와 함께 도시산업 역시 한국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도시산업은 단순히 건설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두가 참여하는 고도의 하이테크 벤처산업이다. 여의도와 분당신도시는 부동산 투기의 바람을 타 얼결에 이룬 미완의 도시건설이었으나 그 과정에서도 도시산업의 상당한 경험을 쌓았다.

중국의 도시학자들과 도시설계자들은 한국의 예를 알고 싶어한다. 칭화대 50주년 기념 강연에서 서울 구조개혁안과 수도권 신도시안을 보였을 때 그들이 보인 열렬한 관심은 한국의 도시 건설 실적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중국의 도시화는 농촌에서 도시로의 인구 이동이 아니라 농촌의 도시화와 도시의 도시기능 확대다.

포항제철을 중심으로 세계적 산업도시를 이룬 포항시같은 것이 그들의 목표이고 기존 도시 내부에 새로운 도시중심을 만든 여의도가 그들의 이상인 것이다.

중국은 최근 5년안에 5천만가구를 건립할 계획을 발표했다. 그들의 5천만가구 건설이 반의 성공과 반의 실패인 우리의 2백만가구 건설의 반복이어서는 안된다. 그들에게 우리의 성공과 실패를 넘어설 수 있는 비전을 보여줘야한다.

철강과 조선 및 반도체가 세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집단적 창의력의 산업이었기 때문이다. 도시산업이야말로 집단적 창의력의 산업이다.

중국이 아시아 경제위기를 5천만가구 건설로 돌파하려는 현장에 우리가 참여하려면 우리만한 파트너가 없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 베이징에서 그들과 함께 일하고 있으면 이곳이 한국인이 21세기에 일할 산업의 현장인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된다.

우리 모두의 가능성을 모아 21세기 최대의 산업인 도시산업으로 세계속에 다시 서자. 그러기위해서는 먼저 서울의 도시구조개혁과 국제도시화계획을 통해 서울이 동북아의 중심도시가 되게 하는 ‘서울 21세기의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

김석철(건축가·아키반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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