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의 사회학]이강원/콧대 높였다간 큰코 다친다

  • 입력 1998년 6월 25일 19시 17분


요즘 성형외과의는 코를 높이는 게 아니라 ‘낮추는’게 일. 과거 실리콘을 넣어 지나치게 콧대를 높여놓은 여성들이 육체적 정신적 후유증으로 ‘실리콘을 빼달라’고 찾아오기 때문. 베개에 코를 박은 채 자고 일어나면 실리콘이 제자리에서 벗어나 ‘삐뚤빼뚤’해진 콧대가 남편에게 발각될 수도 있다.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높인 콧대를 보고 처음 만나는 사람이 “무리 아니냐”고 한마디할 때 여성의 ‘콧대’는 사정없이 꺾인다.

아마도 세상사의 진리일듯한 한마디.‘문제는 크기가 아니라 모양이다.’

90년대 중반이후 ‘콧대’수술이 ‘코끝’수술로 급속히 옮아가고 있다. 코끝이 ‘쏙’올라간 버선코 모양을 선호하기 때문. 코끝을 높이면 칼을 대지 않은 듯하면서도 높아보일 뿐더러 내성적인 여성도 심리적 부담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다. 콧대높이기와 코끝 올리기를 병행하면 감쪽같은 ‘증거인멸’도 가능.

그러나 보다 근본적 원인은 서구화된 미모기준에 있는 듯. 데미무어같은 서양배우의 코를 이상형으로 생각하는 분위기 탓이다.그래서‘성형은패션’이라고 하는 걸까.

이같은 흐름과 함께 등장한 것이 ‘성형의 자급자족’. 귀의 뒤나 콧구멍 사이의 연골을 떼어 코끝 성형에 사용하는 것. 가로 0.5∼0.7㎝, 세로 1∼1.3㎝ 크기면 충분하다. 자기 몸의 일부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물감이 없으며 나이들거나 외부 충격을 받아도 콧대가 일그러지는 불상사가 없다.

엉덩이살을 떼어 코위를 커버할 수도 있다. 얼굴의 ‘함몰’부분에는 배의 ‘풍부한 지방’을 빼어 주사해 ‘복원’. 아름다움은 ‘뼈와 살을 깎는 아픔’의 댓가인가, 자원재활용의 산물인가. 우리몸엔 버릴 게 없다. 02―775―6711

이강원(성형외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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